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뉴스1 |
재개발 정비구역 내 토지 주인이 과거 사망하고 자녀들에게 상속되면서 지분이 여러 개로 나뉜 경우, 투기 목적이 아니라면 상속등기 시점과 상관 없이 각 지분 소유자에게 단독 분양권을 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A씨 등 4명이 서울 은평구의 한 주택재개발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조합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지난달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사건은 은평구 토지 770㎡를 갖고 있던 소유자가 1980년 사망하고 6명의 자녀에게 토지가 분할 상속되면서 시작됐다. 자녀들은 2005년 뒤늦게 상속등기를 마쳤고, 이후 A씨 등 4명이 자녀들로부터 각각 땅을 사들였다.
이 토지는 2006년 재개발 정비구역 안에 포함됐다. A씨 등은 조합에 각각 분양을 신청했지만, 조합은 2022년 이들에게 1개 주택만 분양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서울시 조례에서 정한 ‘권리산정 기준일’ 이후에 상속등기로 소유권이 나눠졌기 때문에 단독 분양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권리산정 기준일이란 재개발 계획 발표 이후 분양권을 노린 ‘지분 쪼개기’ 투기를 막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하는 날짜다. 기준일 이후에는 지분을 분할하더라도 단독 분양권을 받을 수 없다. 서울시 조례는 권리산정 기준일을 2003년 12월 30일로 정하고, 그 이전부터 소유한 지분 면적이 90㎡ 이상인 경우에 단독 분양 대상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A씨 등은 원래 땅 주인이 사망하면서 상속이 개시된 1980년부터 소유권이 나뉘었다고 보고 단독 분양권을 줘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조합 측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은 애초 상속을 받은 당시 투기 목적으로 지분이 나뉜 것이 아니라면, 각 지분 소유자마다 단독 분양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상속인들에게 지분 쪼개기를 통해 분양 수를 늘리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4명 중 지분 면적이 90㎡에 미치지 못한 2명은 분양 대상자가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도 2심과 같은 판단을 했다. 대법원은 “권리산정 기준일 이전에 상속이 개시되고 토지 중 지분 면적 90㎡ 이상을 소유하게 됐다면, 상속등기가 권리산정기준일 이후에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독립된 1인의 분양 대상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분 쪼개기 의도가 전혀 없었는데도 등기가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1주택을 공급받지 못하게 되는 것은 개발 이익의 균등한 배분과 형평을 도모한다는 취지에 반한다”고 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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