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생성 이미지. 사진=챗GPT |
범고래가 서로의 몸에 다시마를 문질러 마사지해주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24일(현지시간) 미국 CNN ·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미국 고래연구센터 마이클 와이스 박사 연구팀은 태평양 북서부의 '남방 상주 범고래(southern resident killer whale)'들이 해조류를 도구로 사용하는 모습을 포착하고 이 사례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지난 2018년부터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와 미국 워싱턴주 사이 태평양 일부인 세일리시해에에서 남방 상주 범고래 개체군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개체수가 단 73마리에 불과한 해당 개체군을 보호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다시마를 물고 있는 남방 상주 범고래. 사진=미국 고래연구센터/NMFS/NOAA |
남방 상주 범고래 두 마리가 다시마를 사이에 끼우고 몸을 문지르고 있다. 사진=미국 고래연구센터/NMFS/NOAA |
연구팀은 지난해 범고래 무리를 드론으로 관측하던 중 한 마리가 다시가 줄기 끝부분을 부러뜨리고 이를 다른 범고래의 몸에 문지르는 듯한 모습을 포착했다.
처음에는 일회성 행동이라고 생각했지만 고래들이 서로의 몸에 다시마를 문지르는 장면은 이후에도 다수 확인됐다. 2024년 4월~7월 사이 12일 간 관측을 시도했고, 그 결과 비슷한 행동은 30회가량 기록됐다.
연구팀은 이 행동을 '알로켈핑'(allokelping)이라고 명명했다. 고양이나 원숭이가 서로의 털을 핥고 만져주는 상호 작용인 '알로그루밍'(allogrooming)에 해양버전이라는 뜻이다.
일부 고래종은 다시마(kelp) 등 해조류를 몸에 두르는 '켈핑'(kelping)을 통해 피부를 관리하고 기생충을 제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스스로 해결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남방 상주 범고래들은 이를 도구로 해 서로를 마사지해주는 독특한 행동을 보인 것이다.
'알로켈핑'은 무리 내 모든 고래들 사이에서 발생했지만, 가까운 친척이거나 비슷한 연령대 사이에서 더 많이 나타났다. 특히 죽은 피부가 벗겨지고 탈피가 진행 중인 범고래는 더 자주 알로켈핑에 참여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점을 바탕으로 알로켈핑이 각질을 제거하고 기생충 감염을 예방하는 한편,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방법이라고 추측했다.
엑서터 대학교 연구원이자 고래 연구 센터 소장인 대런 크로프트는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는 접촉을 통해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관계를 형성한다”며 범고래도 다른 구성원들과 자주 접촉하지만 이처럼 해초를 활용하면 더욱 풍부한 경험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동 생태학자들에 따르면 동물이 도구를 사용하는 사례 대다수가 먹이를 찾거나 구애하기 위해 사용된다. 이처럼 먹이도, 구애도 아닌 각질 제거에 도구를 활용하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라고 연구 주저자인 와이스 박사는 설명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