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보복 금지’ 의식한 DJ의 과오
전광석화처럼 軍 개혁한 YS 문민정부
李 정권, 적기에 빠르게 내란 청산해야
이재명 정권 5년의 성패는 첫해인 올 하반기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작이 좋으면 중간평가인 내년 6월 지방선거도 날개를 달 것이다. 5년 단임 대통령은 전임 정권 격하와 차별화로 출발하기 마련이다. 굳이 초유의 비상계엄을 논하지 않더라도 필연이다. 그래서 이맘때면 ‘정치보복’, ‘국민통합’ 화두가 등장한다.
정치보복 피해자로 상당수 사람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우선 떠올린다. ‘노무현만 아니면 누구든 괜찮다’는 정서가 극에 달했던 2007년 대선을 압도적으로 이기고, 이명박 정권은 병적일 만큼 차별화에 몰두했다. 참여정부 관료집단이 만든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를 30개월 이상 수입허용으로 바꾸려 했다. 이로 인한 민심이반과 촛불시위로 정권은 초장부터 휘청거렸다.
특히 2009년 노무현 수사는 대검 중수부의 무리한 표적수사, ‘논두렁 시계’로 상징되는 언론플레이까지 큰 상처를 남겼다. 토끼몰이 수사와 모욕주기, 정권의 도구로서 검찰의 행태는 끔찍한 비극으로 이어졌다.
전광석화처럼 軍 개혁한 YS 문민정부
李 정권, 적기에 빠르게 내란 청산해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취임 후 첫 추가경정예산(추경) 시정연설을 마친 뒤 의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
이재명 정권 5년의 성패는 첫해인 올 하반기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작이 좋으면 중간평가인 내년 6월 지방선거도 날개를 달 것이다. 5년 단임 대통령은 전임 정권 격하와 차별화로 출발하기 마련이다. 굳이 초유의 비상계엄을 논하지 않더라도 필연이다. 그래서 이맘때면 ‘정치보복’, ‘국민통합’ 화두가 등장한다.
정치보복 피해자로 상당수 사람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우선 떠올린다. ‘노무현만 아니면 누구든 괜찮다’는 정서가 극에 달했던 2007년 대선을 압도적으로 이기고, 이명박 정권은 병적일 만큼 차별화에 몰두했다. 참여정부 관료집단이 만든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를 30개월 이상 수입허용으로 바꾸려 했다. 이로 인한 민심이반과 촛불시위로 정권은 초장부터 휘청거렸다.
특히 2009년 노무현 수사는 대검 중수부의 무리한 표적수사, ‘논두렁 시계’로 상징되는 언론플레이까지 큰 상처를 남겼다. 토끼몰이 수사와 모욕주기, 정권의 도구로서 검찰의 행태는 끔찍한 비극으로 이어졌다.
반대로 용서와 화해, 국민통합을 실천한 지도자가 김대중(DJ) 전 대통령이다. 전두환·노태우를 용서하고 재임 기간 내내 예우했다. 앞서 전두환 신군부는 1980년 DJ를 5·18민주화운동 배후로 내몰아 군사법정에서 사형을 선고했다. 그 피해자가 가해자를 사면시킨 건 놀라운 일이다. 정확히는 1997년 12월 김영삼(YS) 대통령과 당선인 신분인 DJ가 오찬을 갖고 이 조치가 발표됐다. 당선인 뜻이 작용한 것이다.
정작 한국 사회의 중요한 단추가 이때 잘못 끼워졌다. DJ의 치명적 과오라고 본다. 대선 국면서부터 떠오른 정치공학적 의제로서 문제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가 내세운 대통합정치를 DJ가 의식했고, 국민회의 내 김근태를 비롯한 재야파들조차 전·노씨 사면 문제를 “지금 당선이 급한데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다”라며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대구경북 표심을 의식한 성격이 컸다.
DJ는 사면조건으로 “진실한 사과”를 강조했다.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들 요구와 상반된 것이었다. 그리고 반성과 사과는 끝내 실현되지 않았다. DJ의 결단은 ‘월권’이었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광주의 피해자는 DJ만 있는 게 아니라 시민군은 물론 무관한 영령과 유가족들까지 무수히 많지 않은가. 제대로 된 국민통합도 아니었다.
1996년 8월 26일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기립해 있는 전두환(오른쪽), 노태우 전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
필자는 지난해 동교동계 핵심 원로에게 이 문제를 질문한 적이 있다. “정치보복한다는 말 듣기 싫어 무리수를 두셨다, 본인 과업만 고려한 것 아니냐”고 했더니 답이 없었다. 옆에서 다른 원로가 “영남지역 민란”을 걱정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군사정권과 지역 기반에 대한 DJ 측의 트라우마가 상상 이상이란 느낌을 받았다.
지금 이재명 정권이 참조할 건 YS 집권 직후의 폭발적 에너지, 그 자체라고 본다. 문민정부를 표방한 YS는 대한민국 군을 사조직으로 전락시킨 하나회를 일거에 척결했다. 취임 열흘이 지나자마자 김진영 육참총장, 서완수 기무사령관을 전격 해임했다. 12·12군사반란의 주축인 하나회 관련 13개의 ‘별’이 우수수 떨어졌다. 석 달 정도 전광석화처럼 벌어진 숙청작업으로 국민적 공감 속에 정치군인들이 사라졌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경계심이 무너진 틈새를 지금의 ‘정치검찰’이 채웠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대선으로 등장한 이재명 정부의 과제가 막중하다. 대선의 시대정신은 국가 정상화라고 본다. 제때 제 할 일을 해야 다음 수순으로 넘어갈 수 있다. 철저한 내란종식,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적폐청산쇼’가 부각된 문재인 정부의 메시지 실패를 교훈 삼아 과거 청산은 빠르게 적기에 끝내야 한다. 이게 국민통합을 이루는 길이다. 그래야 내년부터는 미래를 논할 수 있다.
박석원 정치국제부문장 spark@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