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한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AFP연합뉴스 |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기업들의 위장된 환경주의적 이미지 홍보를 금지하는 ‘그린워싱 방지법’을 갑작스레 폐기한 뒤, 최근 두드러지는 유럽연합의 기후정책 후퇴 기조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커지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이러한 갈등의 한가운데 있다. 2019년 처음 집행위원장에 취임한 그는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유럽의 ‘그린딜’ 계획을 최초로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두번째 임기를 시작한 뒤부터는 기후 관련 정책이나 목표 수립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이 뚜렷해졌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중도 보수 성향의 유럽국민당(EPP)이 의회 내 극우 정당들에 동조하며 환경정책에서 비슷한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유럽국민당(EPP)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속한 정당으로 지난해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해 유럽의회 내 최대 그룹을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 회원국에선 극우정당이 1위 득표율을 기록하는 등 크게 약진했다.
그 영향으로 지난 1년여간 집행위원회는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완화, 대규모 벌채 등을 금지하는 산림전용방지법 시행 연기, 기업 행정 부담과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옴니버스 패키지 등을 잇달아 발표했다. 지난 20일엔 집행위원회가 입법의 마지막 절차만을 앞둔 ‘그린워싱 방지법’을 돌연 철회했다. 이에 유럽의회 안팎에서 누적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린워싱 방지법은 기업이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을 환경에 좋은 것처럼 위장 광고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집행위가 뚜렷한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돌연 이 법을 폐기하면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유럽의회 내 녹색당이나 중도 및 중도 좌파 정당의 비판에 부딪혔다. 이들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법안 폐기에 앞장선 유럽국민당과 극우 세력에 굴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도 정당인 리뉴의 한 고위급 의원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우리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을) 보호해 왔지만,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그를 더이상 지켜주지 않을 것”이라며 “문제는 집행위가 중도가 아닌 다수 우파에게 응답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집행위 대변인은 “우리의 목표는 기업의 행정적 부담과 복잡성을 줄일 입법안을 위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었다”며 “위원회는 여전히 그린워싱과 싸우는 것에 전념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법안 발의에 참여했던 사회민주진보동맹의 티모 뵐켄 의원은 “집행위는 우파가 원하는 걸 충족하고 싶어했고, 이것이 바로 스캔들”이라며 “유럽국민당은 그린딜을 없애려고 극우와 협력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중도인 양 친유럽 민주주의 세력과도 함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집행위는 다음 주 2040년 기후 목표를 발표할 예정이다. 애초 유럽연합은 목표치가 담긴 유럽 기후법을 지난 3월 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무산된 바 있다. 집행위는 2040년까지 90% 탄소감축을 목표로 할 것을 권고했지만, 당시 27개 회원국 중 8개국만이 기후 목표를 지지했다. 유럽국민당도 목표치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며 각국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유연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지난해 유럽의회 선거에서 기후정책에 유보적이거나 부정적인 우파·극우 정당이 약진한 뒤, 실제로 이들 정치인과 기업의 로비가 유럽의 환경정책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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