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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글로벌 최저한세’ 탈퇴…국제 ‘조세 정의’ 무너뜨린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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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4일 미국 워싱턴 디시(D.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UPI 연합뉴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4일 미국 워싱턴 디시(D.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UPI 연합뉴스


미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맺었던 ‘글로벌 최저한세’ 합의에서 빠지는 데 주요 7개국(G7)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국적 기업들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한 국제 연대를 후퇴시키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다만, 미국이 외국 투자자에 대한 ‘보복세’ 계획도 철회함에 따라 국내 ‘서학개미’ 등은 한숨 돌리게 됐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27일(현지시각)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주요 7개국(G7)과 수개월의 생산적인 대화 끝에 경제협력개발기구의 글로벌 세금 합의에 대한 미국의 이익을 수호하는 공동 협약을 발표할 것”이라며 “앞으로 경제협력기구의 ‘글로벌 최저한세’(필라2)는 미국 기업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일정 매출 이상의 다국적 기업이 본사 소재 국가에서 15% 미만의 세금을 내는 경우, 다른 나라에서 15%에 미달한 세율만큼 과세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연결 매출액이 7억5천만유로(1조2천억원) 이상인 다국적 기업은 세계 어디에서 사업을 해도 15% 이상의 세금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구글, 아마존, 메타, 애플 등 그간 여러 국가에서 돈을 벌어도 서버가 위치한 국가에서만 세금을 내온 미국 정보기술 기업들이 주요 대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글로벌 최저한세 합의는 2021년 조세 정의를 해치는 다국적 기업의 세금 회피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다국적 기업들은 아일랜드처럼 법인세가 낮은 나라를 조세회피처로 삼아 ‘페이퍼 컴퍼니’(서류로만 존재하는 회사)를 두려고 하는데, 이 때문에 국가들 사이에선 법인세를 인하하는 출혈 경쟁이 벌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글로벌 최저한세를 도입할 경우 전 세계 세수입이 1.75∼2.75%가량 늘어난다고 분석한 바 있다. 당시 미국 바이든 정부 등 137개국이 도입에 합의했고 한국도 여기에 참여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하자마자 글로벌 최저한세 합의에서 빠지겠다는 각서에 서명했다. 베선트 장관이 이번에 발표한 주요 7개국과의 합의는 이를 구체화한 것이다. 주요 7개국 회원국으로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가 있다. 베선트 장관은 “바이든 정부의 지혜롭지 못한 합의를 되돌림으로써 미국의 사업과 노동자들의 이익을 증진하는 세금 정책 권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베선트 장관은 여기에 한국과 러시아, 중국, 인도 등이 포함된 주요 20개국 회원국의 동의까지 가까운 시일 내로 얻어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엑스에서 “이 합의를 경제협력개발기구와 주요 20개국(G20)에 걸쳐 적용하는 틀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 수주에서 몇 달씩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의회에 요청해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법안에서 899조 ‘보복세’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 중 899조는 경제협력개발기구서 합의한 세금을 미국 기업에 부과하는 나라에 보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미국 기업에 글로벌 최저한세나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국가의 기업과 투자자들이 대상이다. 이들이 미국 내에서 올리는 배당·이자·사업소득에 추가로 최대 20%의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주식 투자에 대한 배당 수익도 최대 35%의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서학개미’(국내 미국 주식 투자자)들의 우려도 컸다.



앞으로 트럼프 정부가 한국과의 관세 협상 등을 벌이면서 미국 기업에 글로벌 최저한세를 적용하지 말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은 글로벌 최저한세를 부과하기 위한 국내 입법은 마친 상태로, 올해부터 세부 규칙을 시행하기로 한 상태다. 이 법이 시행되면 삼성과 현대자동차, 엘지 등 국내 대기업들도 세 부담이 증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탈퇴로 글로벌 최저한세 협약을 유지할 동력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130여개 국가에서도 도입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부도 미국 기업에 글로벌 최저한세를 부과하지 않는 주요 7개국 합의를 따라가는 쪽으로 기울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베선트 장관이 말한 대로 한국은 오이시디 회원국으로서 논의해 참여하고, 구체적인 모델 규정이 만들어지면 우리 법에 반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보복세는 철회됐으나, 미국 기업만 최저한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면 다른 나라 기반의 다국적 기업들로부터 ‘역차별’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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