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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페이퍼컴퍼니 세금계산서는 무효"…세금혜택 불허

이데일리 성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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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 횡령사건서 명의차용 무효 판정
1·2심 뒤집고 "실질보다 형식·목적" 중시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대법원이 모회사가 대표이사의 횡령을 목적으로 자회사 명의를 이용해 발급·수취한 세금계산서를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해당 세금계산서로는 매입세액 공제를 받을 수 없게 됐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단순히 실제 사업을 운영했다는 이유만으로 타인 명의 세금계산서가 항상 유효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 방인권 기자)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 방인권 기자)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삼양식품그룹 관련 회사들이 성북세무서장과 원주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부과처분등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심 판결 일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란 실제 거래 주체와 세금계산서상 기재된 공급자·공급받는 자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이런 세금계산서로는 부가가치세 매입세액 공제를 받을 수 없다. 매입세액 공제는 사업자가 물건을 사면서 낸 부가가치세를 되돌려받는 제도다.

이 사건은 삼양식품(003230)그룹 회장과 그 배우자가 2007년경부터 2017년까지 업무상 횡령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원고인 모회사들은 라면스프와 포장박스 등을 공급받아 삼양라면에 공급해왔는데, 회장 등은 페이퍼컴퍼니인 자회사들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이 명의로 세금계산서를 발급·수취했다. 이를 통해 모회사들의 매출을 자회사들로 분산시킨 후 대금을 자회사 계좌로 받아 횡령에 사용했다.


세무조사 결과 이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과세관청은 2019년 원고들에 대해 2011~2017년 세금부과분에 대해 부가가치세와 법인세 등의 부과처분을 했다.

1심은 원고들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실질을 중시하는 관점에서 접근했다. 모회사들이 “자신의 계산과 책임으로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자회사의 명의를 빌려 그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되, 그 등록된 사업을 온전히 자신의 계산과 책임으로 영위하면서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해온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사업 운영자는 모회사들이므로 자회사 명의로 발급·수취한 세금계산서도 유효하다고 봤다.


2심도 1심과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실질론에 기반해 모회사들이 자회사 명의를 빌려 실제 사업을 운영했다는 점을 중시했다. 과거 2019년 대법원 판결에서 법인이 직원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했지만 실제로는 법인이 운영한 사례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봤다.

1·2심은 공통적으로 ‘누가 실제로 사업을 운영했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1·2심과 정반대로 형식을 중시하는 관점에서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고 모회사들과 자회사는 별도로 설립 및 사업자등록이 이루어진 점, 과세당국으로서는 자회사 명의로 된 사업자등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원고 모회사들인지 자회사인지 혼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지적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명의 차용의 목적이었다. 상고심에서는 원고 모회사들이 대표이사 등의 자금 횡령을 목적으로, 자회사 명의의 기존 사업자등록을 이용해 원고 모회사들의 매출의 외형을 자회사로 이전시키면서 자회사의 거래행위를 나타내는 세금계산서를 발급·수취했을 뿐이라고 볼 소지가 큰 점이 결정적 근거로 제시됐다.

대법원은 결론적으로 “원고 모회사들이 자회사 명의로 발급·수취한 세금계산서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명의 차용이 세무행정에 미치는 영향과 그 목적’을 더 중시한 것이다.

대법원은 세금계산서의 기재가 제3자 명의로 되어 있을 때 실제 사업 운영자를 세금계산서 발급·수취 주체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핵심 기준은 “‘제3자’ 명의의 세금계산서를 통한 거래가 부가가치세, 소득세, 법인세의 세원 포착 관련 과세행정에 곤란을 야기한 정도와 세금탈루의 가능성”이다.

구체적으로는 △명의자인 ‘제3자’와 ‘실제 사업체를 운영하는 자’의 경력·지위·관계 △제3자 명의 사업자등록을 하게 된 동기·목적·경위·시기 △사업의 구체적 내용과 형태 △수익이나 비용 등의 관리 및 자금 운영 방식 △세금계산서 발급·수취 등에 명의자가 관여한 정도와 이를 통해 얻은 이익의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세금계산서의 기재가 제3자(자회사) 명의로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의자인 제3자(자회사)가 아니라 실제로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재화 등을 공급하거나 공급받는 거래행위를 한 자(모회사)를 세금계산서를 발급·수취하는 주체로 인정할 것인지에 관한 판단기준을 명시적으로 설시한 사례라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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