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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호 나무조각 작가, 해남서 내달 6일까지 전시회

연합뉴스 조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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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만든 작품 30여점 선보여
여인상 설명하는 박창호 작가[연합뉴스 사진]

여인상 설명하는 박창호 작가
[연합뉴스 사진]


(해남=연합뉴스) 조근영 기자 = 한바탕 야단이 났다. 전시회를 위해 작가의 작업장을 찾는 공무원들의 눈에는 줄줄이 늘어선 여체의 조각상들이 당혹스럽기도 하였을 것이다.

마네의 작품 '풀밭 위의 점심식사'가 공개되었을 때도 이런 반응이었을까.

온갖 비난의 화살을 다 받았던 이 작품은 이후 놀랍게도 인상주의 창시자라는 영광스러운 칭호와 함께 미술계에 새로운 장을 연 시초가 됐다.

전남 해남 아트마루에서 박창호 작가의 '나의 그리움'전이 열리고 있다.

해프닝 같은 우여곡절 사연에도 불구하고, 막상 뚜껑을 연 전시회는 연일 찬사와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전시 작품[연합뉴스 사진]

전시 작품
[연합뉴스 사진]

전시회에서는 박창호 작가가 30여년간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온 작품 3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장의 대부분을 채운 작품들은 여인상이다.

여인의 몸을 섬세하고 부드럽게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다.

몸의 곡선마다 드러난 나무의 나이테가 작품의 핵심이다.


여인상들은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이지만 나무마다 새겨진 나이테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박 작가는 전시회 관람객들에게 직접 작품을 만져볼 것을 자주 권한다.

느티나무와 회화나무, 살구나무 등 나무마다 손에 닿는 느낌이 모두 다른 만큼 맞춤형 옷을 찾은 듯 꼭 맞는 조각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모든 작품을 전기톱과 끌만을 사용해 조각한다는 점이다.

전시 작품 설명하는 박창호 작가[연합뉴스 사진]

전시 작품 설명하는 박창호 작가
[연합뉴스 사진]


밑그림도 없이 톱으로 작품을 만들어야 하므로 한 번에 비율과 균형감이 맞아야 하는 고난도의 작품으로, 작품 한 점 한 점마다 작가의 열정과 집념이 그대로 묻어난다.

작품들은 5년 이상 건조한 나무에 일차 모양을 만들어 다시 10년 정도 건조한 후 정성을 쏟아야만 하나의 온전한 작품이 탄생한다.

유려한 인체선에 비해 얼굴이나 팔과 같은 신체 부위는 극도로 단순화시킨 작품들도 눈에 띈다.

선정성 걱정이 무색하게 종교의 성상과도 같은 신비로운 안정감이 있다.

박 작가는 이 과정을 나무에 숨어있는 조각상을 끌어내는 작업으로 표현한다.

그는 "조각은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는 것이라는 미켈란젤로의 말처럼 통나무 속에 숨어있는 조각들이 제 모양으로 드러나게 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일체형으로 조각한 탁자 작품과 나무를 깎아 만든 작은 소품 등도 선보이는데 '나무 자체가 그림'이라는 그의 예술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도록에 실린 전시 작품[박창호 작가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도록에 실린 전시 작품
[박창호 작가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박 작가는 현재 땅끝마을인 송지면 서정리에서 5년째 나무 조각에 몰두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 떠난 고향으로 50여 년 만에 귀향해 이룬 꿈이다.

전시회에 관람객이 올 때마다 안내를 도맡아 하느라 목이 벌써 쉬었다.

나무가 주는 치유와 그리움을 만나고 싶다면 이번 주말 해남 아트마루 전시실을 찾아가 보실 것을 권한다.

전시회는 7월 6일까지 계속된다.

chog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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