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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기본소득 시동 건 그곳…'월 15만원'에 인구 늘고 가게도 늘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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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사 때 농촌기본소득 첫 시범 운영
청산면 주민 1인당 15만 원 지역화폐
점포 늘고 인구 증가 등 긍정적 효과
주민 갈등 야기 등 해결 과제도 부상


전국에서 처음 주민들에게 '농촌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는 경기 연천군 청산면 전경. 연천군 제공

전국에서 처음 주민들에게 '농촌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는 경기 연천군 청산면 전경. 연천군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경기 연천군 청산면을 방문하며 접경지역의 한적한 마을에 전국적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취임 초기에 굳이 청산면을 찾은 것은 경기도지사 시절 추진한 '농촌기본소득'을 최초로 적용한 곳이기 때문이다.

청산면에 기본소득을 지급한 지 3년이 흐른 현재 경기도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인구 유입 등 긍정적 효과를 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지급 대상 선정 과정에 잡음이 잦고, 주민 갈등이 생기는 등 우려의 목소리도 있어 대책 마련이 과제로 부상했다.

2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는 2021년 12월 연천군 청산면을 농촌기본소득 시범지역으로 선정하고 이듬해 5월부터 지역화폐를 지급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20대 대선 출마를 위해 기본소득 지급 전 도지사에서 사퇴했지만 조례와 예산 등을 확정한 상태라 농촌기본소득은 그의 계획대로 굴러갔다.

지금까지 청산면 주민들은 매월 1인당 15만 원(연간 180만 원)을 지역화폐로 받고 있다. 연간 사업비는 68억6,000여만 원으로 도와 연천군이 7대 3비율로 분담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농촌기본소득 실시 지역인 경기 연천군 청산면의 한 방앗간을 찾아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농촌기본소득 실시 지역인 경기 연천군 청산면의 한 방앗간을 찾아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농촌기본소득이 지급된 2022년 이후 청산면에는 변화가 시작됐다. 인구는 2021년 3,895명에서 올 4월 말 4,068명으로 108명 증가했다. 도시와 달리 시골에서 108명은 적은 숫자가 아니다. 같은 기간 연천군 전체 인구는 4만2,721명에서 4만866명으로 1,855명 감소했다.

숙박시설과 카페, 식당, 미용실 등 신규 점포도 31개가 들어서는 등 지역화폐 가맹점도 103곳 증가했다. 동시에 건축허가도 늘고 있다. 청산면 궁평리에 식당을 낸 업주는 "농촌기본소득이 지급된다는 말을 듣고 빈 점포에 음식점을 차렸다"며 "예전과 달리 어르신들이 식당과 미용실 등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산면 집값도 들썩이고 있다.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20만~30만 원이었던 궁평리 집들이 지금은 보증금 500만 원에 50만~60만 원으로 올랐다. 이마저 빈집이 없어 구할 수도 없다고 한다. 김득준 망향중개소 대표는 "하루에도 한두 건씩 문의 전화가 오는데 빈집이 없다"고 전했다.

국내 첫 농촌기본소득 홍보 포스터. 경기도 제공국내 첫 농촌기본소득 홍보 포스터. 경기도 제공

국내 첫 농촌기본소득 홍보 포스터. 경기도 제공국내 첫 농촌기본소득 홍보 포스터. 경기도 제공


인근 백의리에는 이전에 없던 숙박업소가 4곳이나 들어섰고, 카페와 중국음식점 등이 문을 열며 유동 인구가 늘었다. 초성리도 마찬가지다. 식당을 운영하는 최성효씨는 "코로나19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농촌기본소득이 단비와 같았다"며 "덕분에 지역화폐 가맹점 등록(연 매출 10억 원 이하)을 할 수 없을 만큼 대박이 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농촌기본소득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긍정적 반응 속에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반대 측은 형평성을 가장 큰 문제로 거론한다. 일례로 동두천·포천 등으로 출퇴근하며 청산면에서 잠만 자는 외국인 노동자(불법체류자 제외)는 기본소득을 받는 반면 아이 학교 때문에 연천군 전곡읍에서 월세를 사는 청산면 토박이들은 받지 못한다. 더욱이 실거주 여부를 마을 이장의 판단에 따르다보니 곳곳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한 주민은 "영유아만 청산면 할머니 집으로 주소지를 옮겨 기본소득을 받기도 한다"며 "이장이 판단해 이 마을의 누구는 받고 저 마을의 누구는 못 받는 식이다 보니 갈등만 심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민은 "주민들끼리 서로 감시하고 신고하는 등 가족 같던 이웃이 적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대상 선정은 이장과 읍면위원회, 시군위원회 등 3단계를 거쳐 큰 문제는 없고, 애초 선별적 지원금이라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라면서도 "지금은 시범 사업이고, 향후 지속 사업 또는 국가사업으로 확대된다면 보다 체계적인 절차를 도입해 주민 갈등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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