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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파워 세계 2위' 한국인이 읽어야 하는 여권 이야기

머니투데이 오진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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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MT문고] '여행 면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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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작가정신 제공

/사진 = 작가정신 제공



해외여행을 떠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여권이다. 우리나라처럼 '여권 파워'가 강한 나라는 여권이 자부심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여권 파워는 비자 없이 190개국을 방문할 수 있는 세계 2위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사람의 10명 중 6명이 여권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패트릭 빅스비 애리조나주립대학교 교수는 저서 '여행 면허'에서 여권의 역사와 효력에 대해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집트와 페르시아 시절부터 있어왔던 '여행 허가증'으로서의 여권의 의미, 온전한 시민이 부여받았던 여권의 역사적 가치 등을 폭넓게 다뤘다. 중세 영국의 왕 헨리 5세가 왕권 강화의 수단으로 여권을 사용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세계 여권'이다. 모든 지구는 하나이고, 따라서 국가 간 이동할 때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도록 하나의 통일된 여권을 사용하자는 주장이다. 저자는 워싱턴에 있는 비영리조직 '세계업무기구'가 실제로 발행하는 세계 여권을 사용하는 사람의 사례를 제시한다. 인간의 보편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여권이 누구에게나 동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여권의 힘은 단순한 신원 확인 수단 그 이상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국가가 무국적자, 난민에게는 간절한 것일 수 있다. 중국 같은 국가의 통제가 강한 나라는 여권 압수가 제재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여권이 없는 망명 신청자나 이주자들의 권리는 보장받지 못한다는 지적은 인상적이다.

저자는 조심스럽게 여권 제도의 개혁을 부르짖는다. 국적이나 피부색, 나라의 국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국경을 넘을 때 검문검색 없이 자유롭게 오가는 세상은 유토피아다. 점차 여권이 발전할수록 우리의 자유를 제한하는 지금의 세계는 디스토피아다. 저자는 여권 의례가 단순한 번거로움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모든 사람이 되새겨야 한다고 부르짖는다.

책이 현행 여권제도의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는 못한다. 여권이 이민자와 난민의 보편적 인권을 억압하는 수단이라는 주장은 재미있지만 전세계적인 반난민 기조, 불법이민자 추방 등 최근 불거진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고찰은 부족해 보인다.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대목은 자칫 무정부주의로 치닫는 듯한 느낌도 준다.


저자는 심리학과 영문학을 전공한 뒤 영어학을 가르치는 교수다. '사뮈엘 베케트와 포스트 식민주의 소설', '니체와 아일랜드 모더니즘' 등 여러 방면을 아우르는 저서를 집필했다.

◇여행 면허, 작가 정신, 2만 2000원.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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