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커지는 스테이블코인 경고음... 진입장벽 높여 단계적으로

[서울=뉴시스] 한국은행이 25일 공개한 ‘2025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시가총액은 지난 5월 말 기준 2,309억 달러(약 318조 원)로 집계돼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국내 은행권도 움직이고 있다. 카카오뱅크에 이어 KB국민은행이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래픽=안지혜 기자)hokma@newsis.com

국내외에서 가상화폐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경고음이 쏟아지고 있다. 달러 등 기존 법정화폐에 가치가 연동돼 안정적(stable)이라지만, 언제든 ‘코인런(run)’이 발생해 금융시스템을 크게 뒤흔들 수 있다는 섬뜩한 지적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법제화를 서두르고 있는 정부와 여당은 귀담아들어야 한다.

한국은행은 그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안정과 경제 전반에 잠재적 리스크 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장 큰 우려는 코인 보유자들이 일제히 빠져나가는 ‘코인런’이다. 민간이 화폐를 발행하는 만큼 위기 상황에서 신뢰가 급격히 허물어질 수 있다. 발행업체가 화폐 연동을 위해 사들였던 국채를 대량 매도한다면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줄 것이다.

새로운 화폐 등장으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무력화되고, 자본 유출입이 커져 외환 관리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범죄 악용 소지도 다분하다. 국제결제은행(BIS)도 연례보고서 초안에서 “금융 안정성과 통화 주권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대선 핵심공약으로 내걸었고, 이에 발 맞춰 더불어민주당은 법안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기자본 5억~10억 원 이상을 갖추면 일반 기업도 누구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당초 논의됐던 50억 원보다도 확 낮췄다. 기업들은 너도나도 스테이블코인 상표권을 출원하고, 증시에선 관련주들이 광풍 수준의 폭등세다.

차세대 지급결제 수단으로 급부상하는 스테이블코인을 우리만 외면할 수 없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부작용을 걸러낼 안전장치를 충분히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작정 속도를 내는 게 답은 아니다. 중앙은행 통제하에 은행권에 우선 발행을 허용하고 단계적으로 자본금 기준을 올리는 등 진입장벽을 지금보다 대폭 높여야 한다. 리스크를 사전에 감지하고 경고할 수 있는 체계적인 모니터링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2022년 금융시장에 대혼란을 불렀던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 테라·루나 붕괴 사태를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