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윤리강령’을 만든 전국요양보호사협회 윤리강령준비위원회 김춘심(왼쪽부터)·오귀자 요양보호사와 기획위원을 맡은 최경숙 보건복지자원연구원장. 손지민 기자 |
“요양보호사의 노동환경이 열악하고 사회적인 인식이 낮아요. 현장에서 흔들리지 않고 우리의 중심을 잡아주는 기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장기요양제도가 시행된 2008년부터 17년 동안 돌봄의 최일선을 지켜온 요양보호사들이 스스로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담은 윤리강령을 만든다. 간호사에겐 ‘나이팅게일 선서’, 의사에겐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직업의 윤리와 자긍심을 새기는 역할을 하듯이, 요양보호사에게도 이런 선언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윤리강령을 만드는 작업에는 현장 요양보호사들이 직접 참여해 일하며 느낀 점을 그대로 녹여냈다.
지난 23일 서울 은평구 보건복지자원연구원 사무실에서 요양보호사 윤리강령을 직접 만든 요양보호사 오귀자(73)·김춘심(62)씨와 전국요양보호사협회 윤리강령준비위원회 기획위원을 맡은 최경숙 보건복지자원연구원장을 만났다. 이들이 만든 윤리강령에는 요양보호사들이 현장에서 겪은 경험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윤리강령 전문에 쓰인 “돌봄은 단순한 노동을 넘어 사람을 살리고 삶의 질을 지켜주는 가치로운 일”이라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이는 오씨가 돌보던 어르신이 이명과 어지러움으로 처방받은 약을 복용한 뒤, 갑자기 걷지 못하는 상황을 해결한 경험이 반영됐다. 오씨는 “당시 주말이라 (약을 처방한) 병원에 다시 갈 수도 없었다. 약에 대해 알아본 뒤 복용을 중단할 것 등을 조언했다”며 “어르신이 다시 걸을 수 있게 됐다고 했을 때 요양보호사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일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김씨도 “코로나19 당시 어르신이 ‘선생님이 없었으면 이렇게 살아 있지 못했을 것 같아’라는 말을 들었다”며 공감을 표했다.
“윤리강령에 우리식 표현도 많이 들어 있어요. 전문가가 보면 유치할 수 있는 문구들이요. 어르신들이 반복적으로 말을 할 때 처음 듣는 것처럼 반응하는 것도 인내심이더라고요. 맞장구를 쳐주는 것은 친절한 마음이고요.” 오씨가 윤리강령준비위 회의 중 무심코 던진 ‘친절함이 마음의 벽을 헐더라’는 말은 윤리강령 3조 3항에 “‘친절은 마음의 벽을 없애주는 것 같다’는 마음으로 행동합니다”라는 표현이 됐다.
윤리강령에는 요양보호사들의 전문성 개발 등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김씨는 치골이 골절됐던 와상환자(침대에 누워서 생활하는 환자)를 어르신돌봄종사자지원센터에서 배운 교육을 바탕으로 결국 걷게 만들었던 경험을 떠올렸다. 김씨는 “가족도 포기했던 어르신을 일어나게 했던 희열감은 뭐라 표현할 수 없다. ‘당신이 세상에서 최고’라고 어르신이 말해주셨을 때 굉장한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오씨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오씨가 아침에 출근하니 할머니가 눈이 다 풀어진 채로 자꾸 옷을 벗으려고 하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어젯밤부터 옷을 벗고 밥도 먹지 않는다’고 하소연을 했다. 그때 오씨는 할머니의 당뇨를 생각했다. 달걀에 우유, 설탕을 넣어 먹이니, 그제야 삼켰다. 오씨는 “30분이 지나니 ‘저이가 나를 살렸어’ 이러시더라. 당뇨는 저혈당이 무섭다는 말을 들었던 게 도움이 됐다”며 “질병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했다.
전국요양보호사협회는 다음달 1일 요양보호사의 날을 맞아 이런 내용을 담은 ‘요양보호사 윤리강령’을 선포할 예정이다. 윤리강령에는 △대상자 존중과 권리 보호 △전문성과 책임 △의사소통과 관계 형성 △자기 돌봄 △사회적 책임과 제도 개선 참여 등이 담겼다. 최경숙 원장은 “초고령사회에, 나이가 들어도 두렵지 않은 사회를 만들려면 지역에서 제대로 된 돌봄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인력이 돌봄노동자”라며 “이들이 어떤 역량을 갖고,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해야 하는지 직업적인 자기 실천을 스스로 제안했다는 점에서 이번 윤리강령 선포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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