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성향 교원단체인 대한민국교원조합(대한교조)은 지난해 9월 28일, 청소년용 역사 도서(대안교과서)를 출간하고 기념행사를 열었다. 극우 역사단체 리박스쿨의 손효숙 대표도 이 행사에 초대됐다. “저희와 정말 동고동락하고 계시는 리박스쿨의 손효숙 대표님 오셨습니다.” 이날 손 대표를 소개한 사람은 조윤희 대한교조 상임위원장이었다.
여기는 또 어디일까요? 여기는 조영래홀. 맞습니다. 전태일평전을 쓴 조영래. 그 조영래를 기념하는 공간, 좌익의 정신적 지주를 기념하는 홀에서 자유 대한을 수복합니다.조 위원장의 속된 농담에 웃음을 터뜨리는 참석자들. 이 장면은 영상으로도 남아 있다. 이들은 도대체 어떤 책을 내고서, 이렇게 기뻐하는 것일까.
- -조윤희 당시 대한교조 위원장 / 2024.9.28 대한교조 출판기념회
‘반민족·친일 사관’ 내세운 대한교조 대안교과서
‘대한교조 교과서 연구회’가 출간한 책 이름은 <대한민국 사회 교과서>다. 교육부의 검정을 받은 정식 교과서가 아니지만, 교과서라는 제목을 썼다. 표지 안쪽에는 “학생들이 편향되지 않은 자유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그리고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만든” 책이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그 안의 내용을 보면, 교과서라고 보기 힘든 반민족이며, 극단적인 역사관이 서술돼 있다.
그때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했든지 간에, 한반도에 사는 모든 사람은 사적 관계에서는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가 되었다. 그 뒤로 조선인들은 조금씩 자유인으로 바뀌어갔다.대한교조는 이 책에서 1910년대 토지조사사업과 1920년대 산미증식계획으로 대표되는 일제 경제 침략 정책에 대해서도 ‘수탈’이라는 역사적 평가가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오히려 “일제 시대 조선의 경제는 무척 성장했다”며 일제를 미화하는 서술로 대체했다.
- -대한교조 대한민국 사회 교과서 175쪽
더 나아가, 일제의 강제 징병으로 전쟁에 동원된 조선인에 대해서는 마치 출세의 길이 열린 것처럼 왜곡했다.
당시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군인이 되는 것은 입신 출세나 다름없었다. 그들은 엄격한 선발 과정을 거쳐야 했으며, 선발된 군인들은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에서 여러 전장을 누볐다.중일전쟁 발발 직후인 1938년부터 해방 직전인 1944년까지 일본의 전시동원체제 아래 군인과 군무원으로 전쟁에 끌려간 한국인은 최소 27만 명이다. 일본 육군으로 강제 징병된 인원도 16만 명이 넘는다. 일제가 벌인 제국주의 전장에서 2만 명이 넘는 한국인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대한교조는 이러한 강제 동원의 실상은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 -대한교조 대한민국 사회 교과서 178쪽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 동원 사실도 <대한민국 사회 교과서>에선 찾아볼 수 없다. 위안부들이 겪은 비참한 성노예 실상은 진위를 가릴 수 없는 논쟁거리로 격하됐다.
위안부 문제에서 논쟁거리는 모집할 때 강제 연행이 있었는지, 그들의 생활이 성 노예적 상태였는지에 있다. … 대부분의 증언에 따르면 강제 연행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대한교조는 문제의 책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공인한 5·18 민주화운동을 부정하고, 해묵은 북한군 개입 음모론을 꺼냈다. 반면 5·18 학살의 주범, 전두환과 12·12 군사반란 일당은 구국의 영웅인 것처럼 묘사하고 찬양했다.
- -대한교조 대한민국 사회 교과서, 180쪽
혼돈의 회오리가 몰아칠 무렵, 시대의 부름에 따를 능력을 갖추고 준비하고 있던 집단이 바로 전두환을 중심으로 뭉친 ‘하나회’였다.대한교조가 출간한 이 대안교과서에는 이렇듯 일제를 긍정하고, 독재를 비호하는 등 편향된 서술로 가득하다. 물론 민간 영역에서 책을 출간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사상과 출판의 자유일지 모른다. 그러나 정부가 심의하고, 교육 현장에서 의무적으로 사용될 ‘검정교과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 -대한교조 대한민국 사회 교과서, 523쪽
대한교조와 뉴라이트 학자들, 검정교과서 집필 착수
뉴스타파는 대한교조의 또 다른 목표가 ‘검정 역사교과서’ 출판이었다는 사실을 출판사 내부 문건과 내부 제보자의 증언을 통해 확인했다. 취재 결과, 대한교조 소속 교사들은 윤석열 정부 때인 2023년 유력한 뉴라이트, 우익 성향 교수들과 함께 고등학교 한국사 검정교과서 제작에 착수했다. 이때 대한교조 교사들은 교수 필진이 본문 원고를 집필하면 원고 내용을 검토하고, 교과서에 배치할 학습활동을 짜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
뉴스타파는 조윤희 위원장에게 대한교조 소속 교사들이 해당 교과서 필진으로 합류하게 된 계기, 누구의 섭외 요청에 응한 것인지 등을 물었다. 그러나 질문에 대한 답은 듣지 못했다. 조 위원장은 “저는 지금 상임위원장도 아니고 역사교사도 아니다”라며 “대한교조 공식루트로 연락 부탁한다”고만 답했습니다. 리박스쿨과 대한교조의 협력 관계 등이 드러나며 논란이 커지자, 그는 지난 23일 대한교조 상임위원장 임기를 1년 남겨두고 전격 사퇴했다.
대한교조는 뉴스타파에 이메일로 답변을 보내왔다. 대한교조와 출판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한국사 교과서 집필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정도의 자리가 있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뉴스타파가 확인한 대한교조 교사 필진 3명에 대해서는 “계약도 하지 않았다”며 “계약도 안 하고 전혀 집필한 적도 없는데 무슨 필진이고 중도 사퇴인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뉴스타파 확인 결과, 계약 여부와 상관 없이 조 전 위원장을 비롯한 대한교조 교사 3명은 교과서 제작팀 단체대화방에 초대되었고, 이 가운데 2명은 같은해 7월 실제 필진 회의에도 참석했다.
(첫 필진회의에서 교수들의 발언을 듣고) 아 이 분들이 지금 모인 게 조금 이상하다라는 느낌을 받게 된 거죠. 독립운동을 폄훼하고, 그리고 쌀은 수탈이 아니고 수출이다, 이게 식민사관을 가진 역사서를 쓰려고 사람들이 모였나 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나쁜 어른들의 나쁜 짓…사람들이 알아야 한다”
- -당시 출판사 측 총괄책임자 / 현직 한국사 강사
교과서 작업은 필진들의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대한교조 소속 교사들은 출판사와 갈등을 빚어 필진에서 중도 사퇴하고, 교과서 제작도 3개월 여만에 중단됐다. 출판사가 자진해서 제작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교과서 제작·편집을 총괄했던 제보자가 필진 구성과 원고의 내용에 크게 우려해 출판사 대표를 설득한 것이다.
만약에 저들이 얘기하는 그 책이 세상에 나온다고 하면 당신 출판사는 문 닫아야 된다, 난 이걸 할 수가 없다라고 (출판사 대표에게) 얘기를 했죠. … 필사적으로 막았던 것 같고요.그는 1년이 넘는 고민 끝에 묻어두었던 ‘일제 미화 교과서’ 사건의 실상을 제보하기로 결심했다.
- -당시 출판사 측 총괄책임자 / 현직 한국사 강사
(제작 포기까지) 그 모든 단계가 끝났을 때 그냥 나만 조용히 있자라고 지내고 있었죠. 그렇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저는 20년동안 강의를 했던 한국사 강사에요. 비판을 해야 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솔직히 좀 무섭기도 하고. 그냥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 지금 나쁜 사람들이, 나쁜 어른들이 이런 나쁜 짓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 사실을 모르고 넘어간다는 것.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뉴스타파는 대한교조와 손잡고 역사 교과서를 집필한 인물들이 누구였는지, 이들이 어떤 역사관을 교과서에 담으려 했는지 오는 7월까지 연속보도한다. 그리고 이들의 진정한 배후세력은 누구인지, 계속 추적해 보도할 예정이다.
- -당시 출판사 측 총괄책임자 / 현직 한국사 강사
※알려왔습니다. (2025년 6월 27일, 오후 8시 30분)
대한교조는 27일 추가 해명을 통해 보도상 대한교조 소속으로 언급된 교사 3명 중 조윤희, 이○○ 외 1명은 대한교조 소속이 아니라고 알려왔습니다.
뉴스타파 홍우람 wooramh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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