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충북도청 본관~신관 사이 중앙 광장이 공사판으로 변했다. 애초 이곳은 정원·주차 공간이었지만 충북도는 이곳에 잔디 광장을 조성할 참이다. 오윤주 기자 |
‘김영환(충북지사)표 도청사 리모델링’으로 100년 가까운 충북도청이 몸살을 앓는다.
26일 충북도청은 행정기관이라기보다 ‘공사판’이다. 도청 중심부인 신관~본관 사이엔 3m 남짓 철제 울타리가 쳐졌고, 마당을 헤집는 중장비가 굉음을 낸다. 충북도는 오는 8월 말까지 4억5천만원을 들여 이곳 2000㎡에 ‘중앙 잔디광장’을 조성할 참이다.
김 지사는 ”우리도 광장을 가질 때가 됐다. 차량 위주 공간을 사람 중심의 녹지 공간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의 낭만과 달리, 주차 공간을 잃은 직원들은 날마다 출근 전쟁을 벌이고, 도청을 찾은 시민 등은 숨은 그림 찾듯 ‘주차 뺑뺑이’를 도는 게 현실이다.
‘주차 전쟁’은 예견됐다. 충북도청의 주차 공간은 377면이다. 하루 평균 차량 통행 1820대, 직원 1370여명이 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충북도는 올해 4억1천여만원을 들여 외부 주차장 12곳에서 391면을 빌려 직원에게 추첨·배정하는 등 해마다 4억원 안팎을 외부 주차장 임대 예산으로 쓴다.
그나마 잔디광장 공사를 하는 본관~신관 사이 공간을 주차장으로 썼는데, 이제 충북도청의 주차 공간은 129면으로 줄어든다. 법정 주차대수(328대)보다 턱없이 모자라다. 이에 충북도는 직원 청내 주차를 금지하고, 외부 주차 공간을 추가 확보했지만 역부족이다. 지금 도청 주변 주택가·상가 등은 거대한 주차장이다. 한 주민은 “주차 때문에 언성을 높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요샌 도청이 ‘민폐청’”이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다음 달 주차공간 402면을 갖춘 충북도의회·제2 충북도청 합동청사가 바로 옆에 준공되고, 내년 말께 후생관(주차 350면)이 준공 예정이라 주차 대란을 피할 수도 있었지만, 충북도는 서두른다. 이범찬 충북도 회계과장은 “잔디 활착을 위해 장마 때 공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애초 이곳은 정원·주차 기능이 어우러진 다목적 공간 조성으로 추진됐다. 지난해 4월 충북도가 청주대 김미연 교수에게 맡겨 진행한 ‘도청사 시설 개선 기본구상(안) 수립을 위한 정책 연구’(도청사 시설 개선 연구)도 ‘행사·주차가 가능한 다목적 구조’를 제안했지만, 지난 4월 김 지사와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한 토의 이후 잔디광장으로 급선회했다.
충북도는 이 광장을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에 견준다. 서울광장은 1만3207㎡(잔디 6449㎡, 화강석 6758㎡)로 청사 밖에 있으며, 시민 79%의 찬성 여론을 바탕으로 조성했다. 하지만 충북도청 광장은 다르다. 앞서 지난해 4월 ‘도청사 시설 개선 연구’ 당시 직원·방문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785명)를 보면, 88%가 ‘신규 주차 공간 확보’를 바랐고, 72%는 ‘중앙 정원(잔디광장 예정지) 주차장 조성이 적정하다’고 답했다.
박종순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또 잔디광장을 조성하는 것은 주변 교통·주차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독단이다. 애초대로 수목이 어우러진 정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충북도가 정원에 있던 나무 등을 제거·이식한 뒤 조성한 본관 앞 잔디광장. 오윤주 기자 |
이곳은 ‘광장 마니아’ 김 지사가 추진하는 네 번째 충북도청 광장이다. 첫 광장은 2023년 10월 1억9200만원을 들인 본관 앞 ‘잔디광장’이다. 본관 앞 정원에 있던 오엽송·낙엽송·향나무 등 190여 그루를 이식·제거하고 1973㎡ 크기로 잔디를 깔았는데, 잔디 보호 등을 이유로 출입을 막는 ‘금줄’이 처진 날이 더 많았다.
지난해 8월엔 서쪽 울타리 향나무 53그루를 치우고 7천만원을 들여 손바닥 같은 ‘쌈지광장’(200㎡)을 만들었다. 지난달 8천만원을 들여 본관 앞 자연 연못 바닥에 대리석을 깔고 철갑상어 등을 넣은 ‘연못광장’을 선보였다. 김 지사는 “도청 연못의 놀라운 변신, 우리의 개혁에는 끝이 없다”고 자찬했다. 다음달 선보일 도의회·제2청사에도 광장이 있다.
충북도의 수목 정비로 가식장으로 옮겨진 정원수들이 관리 부실로 고사해 간다. 오윤주 기자 |
애초 충북도 울타리였던 향나무가 관리 부실로 고사해간다. 오윤주 기자 |
광장이 들어서면서 1937년 충북도청 개청 이후 100년 가까이 있던 정원이 조금씩 사라진다. 충북도는 김 지사는 취임 이후 3년 동안 1억2천여만원을 들여 10차례에 걸쳐 정원·울타리 등 수목 정비를 했다.
애초 도청 정원엔 아름드리 관목 기준 526그루가 있었지만 지금은 87그루(16.5%)만 남았다. 166그루를 제거하고, 273그루는 이식했지만 상당수는 관리 부실로 고사했다. 한창훈 충북도 회계팀 주무관(건축사)은 “지금은 법정 조경기준에 한참 모자라지만 이후 자투리 공간을 찾아 심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도청은 직원과 시민을 위한 업무·휴식·역사 공간이다. 4년 임기 단체장이 놀이하듯, 제집 뜯어고치듯 하면 안 된다. 도민의 뜻과 효율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세금을 쏟아붓는 것은 심판을 부를 뿐”이라고 꼬집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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