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팬텀’ 공연 장면. 이엠케이(EMK)뮤지컬컴퍼니 제공 |
뮤지컬 ‘팬텀’은 오해를 많이 받는 작품이다. 같은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오페라의 유령’이 워낙 유명한 탓이다. 실제 많은 이들이 “‘오페라의 유령’과 비슷한 거 아냐?”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작품은 ‘다르다’.
올해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피날레 공연 중인 ‘팬텀’(8월11일까지)은 작품이 10년 동안 장수할 수 있었던 경쟁력을 충분히 보여준다. 원작이 가스통 르루의 소설 ‘오페라의 유령’으로 같기 때문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큰 줄거리는 동일하다. 1800년대 후반 프랑스 파리의 오페라하우스 지하에 숨어 사는 천재 음악가 에릭(박효신∙카이∙전동석)과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크리스틴 다에(이지혜∙송은혜∙장혜린)의 운명적인 만남과 사랑을 다룬다.
‘팬텀’의 가장 큰 차별점은 에릭의 인간다움과 그를 둘러싼 드라마에 더 주목한다는 점이다. 선뜻 이해 안 되는 행동을 보여주는 에릭의 성장 배경, 그리고 부모와의 관계를 섬세하게 그리며 이야기의 설득력을 높인다. 넘버들도 이러한 서사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좀 더 서정적인 멜로디가 강조된다. 클래식을 전공한 작곡가 모리 예스톤은 에릭을 괴기스러운 존재가 아닌, 슬프고 고독한 천재로 보이게 하기 위해 감성적인 측면을 강조했다고 한다. 에릭과 크린스틴이 “당신은 음악이에요/ 순수한 음악 자체예요”라고 함께 부르는 넘버 ‘넌 나의 음악’은 사랑이 싹트는 풋풋한 감정을 표현한다. “어머니는 나를 어둠 속에서 낳았다”며 아파하는 에릭의 넘버 ‘나의 빛 어머니’는 관객들의 비애를 끌어올린다.
뮤지컬 ‘팬텀’ 공연 장면. 이엠케이(EMK)뮤지컬컴퍼니 제공 |
드라마를 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야기와 듣기 편안한 넘버가 모여 전반적인 작품의 느낌을 ‘오페라의 유령’보다 밝고 희망적으로 만든다. 이러한 차별성 때문에 관객은 계속해서 극장을 찾는다. 뮤지컬 팬들이 ‘숨겨진 보석’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극 중 서사를 위해 발레를 도입한 것도 차별화의 한 요소다. 에릭의 부모가 처음 만나 사랑하고 절망적인 상황으로 치닫는 과정을 우아한 발레 안무로 표현한다. 배우의 말이나 연기가 아닌, 무용수의 몸짓으로 표현하는 비극적 이야기는 관객을 몰입시키는 동시에 예술적 정취를 느끼게 해준다. 이번 공연에선 초연부터 ‘팬텀’에 참여한 스타 발레리나 김주원을 비롯해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동한 황혜민, 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정영재 등이 참여한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무대 디자인과 의상도 매력적이다. 귀족들의 화려한 삶을 엿볼 수 있는 오페라하우스, 현실의 공간과 분리된 지하 미로는 마치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사실적이다.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박감을 더하는 각종 무대장치 또한 보는 재미를 배가한다.
이번 10주년 공연을 마치고 ‘팬텀’은 재정비의 시간을 갖는다. 구체적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다음 프로덕션 때도 여전히 관객들은 극장으로 향할 듯하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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