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년 훌쩍 넘긴 고창 ‘삼태마을 숲’ 천연기념물 된다

고창 삼태마을 숲 전경. [국가유산청]

고창 삼태마을 숲 전경. [국가유산청]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수백 년 동안 바람과 물길로부터 마을과 농경지를 지켜온 신령한 숲이 천연기념물이 된다. 26일 국가유산청은 오랫동안 마을을 보호해 온 전통 마을 숲인 ‘고창 삼태마을 숲’을 국가지정자연유산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했다.

고창 삼태마을 숲은 고창 성송면 하고리 삼태마을 앞 삼태천을 따라 약 800ｍ 구간에 걸쳐 만들어진 마을 숲이다. 마을 주민들이 각종 자연재해로부터 마을과 농경지를 지키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조성했다. 이 숲은 바람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는 방풍림이자 하천 제방에 조성된 호안림으로서 자리를 지켜 왔다.

이 숲은 국내 최대 규모의 왕버들 군락지이기도 하다. 나무 높이 10ｍ, 줄기 둘레 3ｍ가 훌쩍 넘는 왕버들 노거수 95주를 비롯해 버드나무, 팽나무, 곰솔, 상수리나무, 벽오동 등 다양한 수종의 큰 나무 224주가 자라며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고 있다.

고창 삼태마을 숲 동쪽 전경. [국가유산청]

고창 삼태마을 숲 내부 풍경. [국가유산청]

삼태마을은 풍수지리상 배 모양의 지형인데, 마을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삼태천 양 둑에 왕버들, 느티나무, 팽나무 등을 심어 숲을 조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을 사람들은 숲이 훼손되면 큰 재앙이 닥친다고 믿어 예로부터 숲을 신성시하며 보호해 왔다.

19세기 전라도 무장현을 정밀하게 그린 지도 ‘전라도무장현도’에도 삼태마을 숲이 등장해, 1830년대 이전부터 자리를 지켜 왔음을 보여준다. 당시에도 무장현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숲이었음을 알 수 있다.

국가유산청은 “마을 공동체의 신앙과 정체성이 결합된 상징적 가치가 높은 자연유산으로, 주변 농경지 등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경관, 다양한 수종의 노거수들이 안정적으로 숲을 이루는 점 등 가치를 종합적으로 지녔다”고 판단했다.

국가유산청은 30일간의 예고기간 동안 수렴되는 의견을 토대로 자연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고창 삼태마을 숲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