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올해 3루수 김도영, 유격수 박찬호, 2루수 김선빈, 그리고 1루수 패트릭 위즈덤의 내야 구상을 짜고 들어갔다. 그러나 이 구상대로 경기를 치른 것은 시즌이 절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손에 꼽을 만하다. 모두가 부상에 시달렸다. 실제 김도영은 올해 1군에 있던 시간이 34일, 김선빈은 44일에 불과하다. 시즌의 절반 이상을 날렸다. 그에 따라 2루와 3루에 들어가는 선수가 매번 바뀌었다. 대다수는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었다.
중간에 위치한 박찬호가 계속 뭔가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김선빈이나 김도영과 같은 선수들은 눈빛만으로 뭔가 통하는 게 있었다. 게다가 경기 상황을 읽고 플레이했다. 굳이 박찬호가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됐다. 반대로 지금 2루와 3루에 위치한 어린 선수들은 정신이 없는 시기가 있었다. 눈앞에 굴러오는 공밖에 안 보였다. 누군가 계속 지금 상황을 이야기하고, 어떤 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했다.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에도 불구하고 박찬호가 살아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찬호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부분들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고 떠올리면서도 “그런데 지금 선수들이 너무 잘해주고 있지 않나”고 후배들을 치켜세웠다. 정신이 없던 시기를 지나 경험이 쌓이고,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다 보니 후배들의 경기력이 나오고 있다는 대견함이다. 박찬호는 “한편으로 뿌듯하기도 하다. 나까지 빠지지 않고 좀 버텨서 이렇게 내야에서 중심을 조금 잡아줬다는 것에 대해서는 그래도 (나 자신에게) 칭찬해 주고 싶다”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임시 주장까지 맡으며 심리적으로 힘든 시간도 많았다. 박찬호 스스로도 “진짜로 (주장을)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경기에 지기만 해도 내 탓인 것 같다. 아직 그 정도(주장을 맡을 만한) 그릇은 안 되는 것 같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많은 선수들이 빠졌을 때 그래도 팀을 잘 이끌었고, 이제는 팀 전체적으로 안정을 찾으면서 상위권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 한숨을 돌린 박찬호도 본격적으로 자신의 성적을 끌어올리며 정상 궤도에 오르고 있다.
한때 타격이 뜻대로 잘 되지 않고, 잘 맞은 타구가 잡히는 등 성가신 시간도 있었다. 공격이 지난해만 못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인내를 가지고 꾸준하게 경기에 나선 결과 이제는 지난해 성적을 되찾아가고 있다. 25일까지 66경기에서 타율 0.283, 3홈런, 22타점, 15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34를 기록 중이다. 수비에서도 여러 차례 호수비가 나오는 등 팀 내야를 지탱하고 있다. “원래 후반기 선수”라면서 더워지면 성적이 더 잘 난다고 했던 그 자신감 그대로다. 주전으로 벌써 7년 차인만큼, 체력은 항상 자신이 있다.
2년 연속 골든글러브 수상에도 파란불이 들어왔다. ‘스포츠투아이’, ‘스탯티즈’의 집계 모두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 모두 유격수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물론 근소한 차이로 쫓고 있는 경쟁자들이 있어 수상을 확신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반환점은 가장 먼저 돌았다. KIA 프랜차이즈 역사상 2년 연속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선수는 이종범(1996~1997)이 마지막이었다. 박찬호가 마지막까지 후배들을 잘 이끌며 그 업적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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