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와 수출이 동반 침체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 하면 국내 은행의 부실 기업여신 비중이 최대 3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건설·부동산업과 수출 주력 업종을 중심으로 은행의 건전성에 타격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의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비율은 0.7%였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란 은행의 전체 여신에서 회수에 문제가 생긴 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높을수록 은행의 건전성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한은이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이 현실화하는 충격 시나리오를 가정한 결과 ‘심각’ 시나리오에서 오는 2026년 말까지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4%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심각 시나리오는 내수와 수출이 동반 침체되는 가운데 신용위험이 높아지는 상황을 상정하고 있다.
‘기본’과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각각 1.3%, 1.7%로 추정됐다. 부실 기업여신 규모도 ‘심각’ 시나리오에서 지난해 말 12조원에서 내년 말까지 연평균 16조원씩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또한 ‘심각’ 시나리오에 따르면 올해 말 기업들의 평균 이자보상배율은 0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의 비중도 작년 말 기준 43.7%에서 67%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자보상배율이란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낸 지표다. 1보다 작으면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뜻한다.
업종별로는 석유화학, 기계장비 등 수출업종을 비롯해 건설·부동산업종, 경기민감업종 등에서 부실채권이 많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한은은 전망했다.
우선 국제 통상환경 불확실성 확대로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과 중간재 수출기업이 직·간접적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자동차나 기계장비 등 수출기업 비중이 높거나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의 경우 글로벌 교역규모 축소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금속제품과 전기·전자 등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산업도 미국 관세 인상에 따른 제3국으로의 수출 감소 등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환율의 급격한 변동도 변수다. 특히, 석유화학 업종과 일부 내수업종 등은 환율 상승이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부동산시장 침체도 건설·부동산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부동산시장 침체가 지속될 경우 두 업종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중소업체들의 매출 창출 제약,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우발채무의 현실화 가능성 등도 건설업의 재무 안정성 저하 요인이다.
비은행금융기관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전체 비은행금융기관의 연체율은 지난 2022년 말 1.75%에서 올해 1분기 말 4.92%로 2배 이상 올랐다. 그중에서도 건설·부동산업을 중심으로 기업대출 연체율이 2.25%에서 7.43%로 급증했다. 업권별로는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에서 연체율이 각각 3.40%에서 8.99%로, 2.12%에서 6.45%로 치솟았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경기민감기업에 대한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민감기업이란 경제 상황의 변동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영향을 받는 기업들을 말한다. 경기민감기업 대출은 2022년 말 86조원에서 올해 1분기 말 103조원으로 증가했다. 총 기업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6.0%에서 21.9%로 커졌다.
한은은 이와 같은 금융권의 기업 신용리스크 확대가 금융시장 안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가 각 업종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업종별로 차별화된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성장 잠재력은 충분하나 최근 여건 변화로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는 업종들에 대해 유동성 애로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은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 여력이 제한적일 수 있으므로 기술력 있는 중소·중견 기업들이 충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벼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