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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누명 사형' 오경무씨 58년 만에 재심 무죄 확정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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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줄 알았던 형 만나려다 권총 협박에 납북
중정 고문수사 끝에 간첩 몰려 이듬해 사형 선고
법원 "가족 정에 끌린 행위... 이적 인식 없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강예진 기자

서울 서초구 대법원. 강예진 기자


1960년대 북한으로 건너갔다가 간첩으로 몰려 사형을 당한 고(故) 오경무씨가 재심을 통해 58년 만에 무죄를 확정받았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던 오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966년 제주도에 거주하던 오경무·경대씨 형제는 북한에 거주하던 형에게 속아 차례로 납북됐다가 탈출했다. 이들은 간첩으로 몰려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이듬해 경무씨는 사형을 선고받고 집행돼 사망했다. 경대씨는 징역 15년을 선고받았고, 여동생 정심씨는 경무씨의 간첩 행위를 도왔다는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들의 간첩 혐의는 당시 중앙정보부의 모진 고문에 따른 것이었다. 죽은 줄 알고 생일에 맞춰 제사까지 지냈던 형이 북한에서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를 설득하려고 만났다가, 동행한 북한 사람에게 권총으로 협박을 당해 밀입북하게 된 정황이 있었다.

이들 남매에게 씌워진 누명은 2020년 11월 경대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으면서 차례로 벗겨졌다. 오씨 남매에 대한 재심을 맡은 1심은 2023년 10월 이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 대해 적법한 조사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고, 범행을 자백했다는 진술조서가 불법체포 등 가혹행위로 위법 수집된 증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진술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당시 시대 상황 속에서 가족의 정에 이끌려 한 행위로 인해 가족 모두에게 가혹한 행위가 발생한 점에 대해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언급했다.

항소심 결론도 같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십 년간 떨어져 지낸 친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를 생각해 형을 자수시키고자 만나보려 한 것으로 보일 뿐, 북한에 가보고 싶다거나 북한을 이롭게 할 이적의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검찰 상고를 기각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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