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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필름]이 매력적인 자기복제 'F1 더 무비'

뉴시스 손정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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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F1 더 무비' 리뷰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조지프 코신스키 감독이 연출한 'F1 더 무비'(6월25일 공개)는 또 다른 '탑건:매버릭'(2022)이다. 코신스키 감독은 전작 '탑건:매버릭'을 만들면서 익힌 성공 노하우 전부를 새 영화에 고스란히 이식했다. 이야기 뼈대는 물론 전개 방식과 연출 전략이 흡사하다. 캐스팅 목표가 일치하고 음악을 쓰는 방법 또한 다를 게 없다. 영화관 안에서만 온전히 구현할 수 있는 스펙터클을 추구한다는 점이나 마초적 낭만을 노골적으로 지향한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그래서 '탑건:매버릭'을 좋아했다면 'F1 더 무비'를 싫어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 작품은 이미 3년 전에 세상에 나와 충분히 사랑 받은 그 영화를 제작비 2억 달러(약 2700억원) 이상 들여 왜 또 반복해야 하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한 때 F1 레이서로 최고의 재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소니 헤이스(브래드 피트)는 사고로 큰 부상을 당한 뒤 F1을 떠나 미국 전역을 돌며 각종 레이싱 대회에 참가하는 용병 드라이버로 살아 간다. 그런 그를 한 때 F1 같은 팀에서 뛰었던 루벤(하비에르 바르뎀)이 찾아온다. 자신이 오너로 있는 신생 F1 팀 APXGP에 드라이버로 합류해 달라는 것이다. 그는 팀 순위를 끌어올려달라는 요청과 함께 과거 헤이스처럼 천재적 재능을 가졌으나 경험이 부족한 신예 드라이버 조슈아 피어스(댐슨 이드리스)의 멘토가 돼달라고 부탁한다. 헤이스는 고민 끝에 F1으로 돌아가지만 피어스와 사사건건 부딪히며 원팀이 되지 못한다. 팀 해체 위기가 가속화하자 이제 헤이스는 자신과 팀을 위한 결단을 내린다.



이렇게 요약해놓고 보면 이건 너무 익숙한 이야기다. 소니 헤이스를 매버릭으로, 루벤을 아이스맨으로, 조슈아 피어스를 루스터로 바꾼 뒤 F1 레이스카를 F-18 전투기로 치환하면 그게 '탑건:매버릭'이다. 헤이스가 가진 무모함과 집요함은 나이가 들어도 도무지 길들여지지 않던 매버릭의 성격. 카와사키닌자 오토바이가 매버릭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것처럼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곳 저곳 떠도는 밴이 곧 헤이스를 상징한다.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에 도전하고, 늙었어도 그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으며, 새로운 세대를 위해 언제든 자신을 희생할 수 있다는 점도 헤이스와 매버릭 공통점이다. 헤이스가 과거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 역시 매버릭과 다르지 않다.

'F1 더 무비'는 '탑건:매버릭' 흥행 전술 또한 벤치마킹한다. 핵심은 역시 실감. 극장 대형 스크린과 사운드 시스템에 최적화 한 액션 시퀀스를 만들어 영화적 체험을 제공하겠다는 것. 코신스키 감독은 이 부분에서만큼은 경지에 오른 것 같다. 전작에서 크루즈와 주요 배우를 실제 전투기에 태웠던 그는 이번에도 피트와 이드리스에게 시속 300㎞로 달릴 수 있는 자체 제작 자동차를 직접 몰게 해 박진감을 끌어올린다. F1 경기 장면을 1.9대1 비율 IMAX카메라로 찍어 생동감을 더하는 것과 동시에 레이싱카 15대에 다각도 촬영이 가능한 고성능 카메라를 달아 서킷 위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현실감을 부여한다. 러닝 타임 155분 간 귀를 울려대는 엔진음에 한스 짐머의 음악이 더해지면 'F1 더 무비'의 액션은 완성된다.



코신스키 감독은 액션 기술 못지 않게 액션 정서를 만들어내는 데도 남다른 재주를 보여준다. '탑건:매버릭'이 그랬던 것처럼 'F1 더 무비' 역시 조급해하지 않고 액션을 쌓아올린다. 그저 규모와 재주로 관객을 찍어누르려는 게 아니라 각 액션 장면 마다 정확한 목표를 설정해 관객과 소통하고 그들을 설득한다. 어떤 액션은 헤이스라는 사람의 캐릭터를 보여주고, 또 다른 액션은 헤이스와 피어스의 갈등을 강화한다. 헤이스의 우울이 담긴 액션도 있으며 헤이스의 열망이 담긴 액션도 있다. 어떤 구간의 액션은 헤이스를 좌절시키고 다른 대목의 액션은 헤이스를 추어올린다. 그래서 헤이스가 마지막 한 바퀴를 남겨두고 선두로 치고 나갈 때 관객의 마음은 마치 그와 한 팀이 된 것처럼 들썩일 수밖에 없다.

'탑건:매버릭'이 톰 크루즈의 영화인 것처럼 'F1 더 무비'는 온전히 브래드 피트의 것이다. 그리고 피트는 크루즈에게 없는 쿨한 카리스마로 시종일관 화면을 장악한다. 청바지, 찢어진 티셔츠, 단추를 풀어헤친 데님 셔츠, 스웨이드 재킷, 이리 저리 둘러맨 짐가방, 돈보다는 의리를 좇는 낭만까지. 극 중 케이트(캐리 컨던)는 헤이스에게 "너무 제멋대로인 재수 없는 카우보이"라고 말하지만 남성 관객은 이 카우보이에 열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코신스키 감독이 케이트의 대사로 고백하고 있는 것처럼 헤이스는 서부영화의 철지난 마초 남성을 신화화한 시대착오적 캐릭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어쩌면 헤이스는 스스로 만들어낸 외로움과 죄책감 그리고 자기 연민에 취해 있는 것 같다.




'탑건:매버릭'의 레트로(retro) 스타일엔 명분이 있었다. 1986년에 나온 영화의 후속작을 36년만에 만든 것이었고, 당시 24살이었던 배우가 60살이 돼 그때 그 캐릭터를 다시 한 번 연기해 완성한 작품이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려는 듯한 올드스쿨한 연출은 그래서 진솔하고 합당해보였다. 이런 과정이 있었기에 낡고 촌스럽다는 지적을 받는 게 아니라 클래식하다는 호평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F1 더 무비'엔 명분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명분이라는 말 자체가 과한 기대일 수 있다. 관객을 끌어당길 만한 매력이 있고, 이 정도 완성도를 가진 액션영화도 흔치 않다. 다만 이 모든 걸 인정한다고 해도 'F1 더 무비'는 '탑건:매버릭'의 영광을 흉내 내려 한 코신스키 감독의 정교한 자기복제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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