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오른쪽)가 자금 출처 등 여러 의혹을 제기해온 주진우(왼쪽)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성룡 기자 |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되자마자 터져 나온 각종 의혹을 보면서 처음엔 별 감흥이 없었다. 흔히 민주당 지지자들이 귀족학교라 부르는 국제학교에서 학비 비싸기로 유명한 미국 사립대 유학으로 이어지는 자녀 입시 과정에 드리운 '아빠 찬스' 논란은 기시감이 상당해 놀랍지 않았다. 또 낙선 등으로 아무 돈벌이 없이 몇 년을 정치 낭인으로 지내는 동안 아이들 유학까지 보내도 절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민주당 핵심 인사들의 화수분 같은 재테크 실력 역시 이미 수차례 목격한 터라 그러려니 했다. 야당이나 언론이 아무리 비판한들 당장 감옥 갈만한 명백한 불법이 드러나지 않으면 기어이 임명을 강행할 거라는 학습된 무기력도 사실 있었다. 속된 말로 결말이 정해진 재미 없는 이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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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연찮은 김민석 후보 자금 출처
민주당 화수분 된 출판기념회
특권 버리고 제도 개선 나서야
그런데 김 후보자 본인과 민주당 사람들의 '주옥같은' 해명 발언을 듣고 있자니, 옛 기억이 점점 선명해지면서 속에서 열불이 났다. 의원 사무실에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까지 설치해 자신이 위원장을 맡은 산자위 소속 공공기관들로부터 본인 시집 판매 명목으로 대놓고 돈을 걷고도 오히려 나중에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영전한 이가 반면교사 아닌 롤 모델이라도 된 걸까. 문재인 정부의 한 의원 겸직 장관은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식비는 명절 고기 선물로 충당해 세 식구 한 달 생활비로 60만원밖에 안 들었고, 출판기념회 한 번 해서 벌어들인 7000만원으로 전세대출 갚았다"고 했다. 이런 놀라운 능력으로 한 해 학비만 4000만원 넘는 외국인학교에 딸을 보내고도 2016년 8400만원이던 재산을 5년 만에 6억원 넘게 불렸다. 그런가하면 뇌물 수수 의혹으로 수사받던 어떤 민주당 의원 집에선 압수 수색 과정에서 무려 3억원의 현금이 쏟아졌다. 이때도 전가의 보도처럼 출판기념회 얘기가 나왔다.
돈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어떻게 손에 쥐었느냐가 핵심인데도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통장 잔고를 들이대며 늘 청렴 코스프레를 해왔다. 하지만 실은 이렇게 출판기념회 등을 방패 삼아 어디선가 출처 없이 솟아나는 돈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숱한 죄과를 저질렀다.
이를 본 국민은 상식적 눈높이로 이 사람들이 망신당할 만큼 당했으니 이젠 다들 처신에 신중을 기할 거라 기대했다. 그런데 웬걸. 정작 본인들은 이를 망신이 아니라 특권의 과시라 여겨 오히려 이 방면 능력을 키운 모양이다. 뻔뻔함이 더 늘었으니 하는 말이다.
지난 2020년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 모 의원 출판기념회 모습. 참석자 중 한 사람이 5만원 권 수십 장이 들어있는 봉투를 내밀었다. [인터넷 캡처] |
어제(24일)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만 봐도 알 수 있다. 야당이 지난 5년 동안 의원 세비 등 신고 수입 5억원보다 8억원 더 많은 13억원을 어떻게 지출할 수 있었는지 자금 출처를 따져 묻자 김 후보자는 구체적 내역을 공개하는 대신 경조사비와 출판기념회 두 번, 장모님의 생활비 지원을 언급하며 "감사한 액수지만 과한 경우는 없다"고 했다. 근로소득도, 그렇다고 투자 수익도 아닌 타인으로부터 거저 받은 6억~8억원을 그저 "감사한 액수"로 퉁칠 수 있는 대범함에 놀랐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자금 출처 없다고 엄청난 세금 두드려 맞았을 일이다.
앞서 20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김 후보자는 "국회의원이 (경조사와 출판기념회) 그런 경험할 때 통상적 액수와 맞춰봐도 맞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행사 네 번에 6억원 정도 벌어들이는 게 통상적 액수란다. 다른 민주당 인사들도 비슷한 얘기를 한다. 성치훈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은 한 방송에서 재산 형성 관련 연일 김 후보자에게 맹공을 퍼붓고 있는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돼 출판기념회가 이렇게 이용되고 있는지 잘 못 깨닫고 있다"고 했다. 쉽게 말해, 당신은 의원 경력 짧아 못 받아봐 모르는 모양인데 이게 관례라는 소리다. 이런 허튼 소리를 당당하게 하려면 국민도 이런 감사한 액수를 받을 수 있게 해주라. 그게 아니라면 출판기념회 제도를 개선하든가.
안혜리 논설위원 |
안혜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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