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펄낙지로 만든 낙지초무침./김준 |
낙지잡이가 끝났다. 이제 성두마을 주민들은 일 년을 기다려야 펄낙지를 잡을 수 있다. 고흥군 두원면 성두리는 올해 세 차례 낙지가 서식하는 마을 어장을 활짝 열었다. 한 차례에 사흘씩 모두 아흐레 동안 낙지를 잡았다. 이렇게 낙지를 잡으려고 마을 어장을 여는 것을 ‘낙지개를 튼다’고 한다. 개는 바다나 갯벌을 이르는 말이다. 낙지개는 낙지가 서식하는 마을 어장을 말한다. 낙지개를 트는 날이면 주민들은 삽과 바가지와 낙지를 담을 자루와 함지박을 들고 마을 어장으로 나온다. 낙지만 아니라 바지락 철에는 바지락개를 트고, 겨울에는 석화개를 트기도 한다. 개를 트면 외지에 나가 있던 주민들도 서둘러 마을로 돌아왔다. 옛날에는 생계에 도움이 되었지만, 지금은 밥상에 올리고 자식에게 보낸다.
지난 6월 초, 주민 20여 명이 마지막 낙지개에 참가했다. 첫 낙지개를 연 5월에는 40명이 낙지를 잡았다. 함지박을 깔고 앉아 바닷물이 빠지기를 기다리던 팔순 할머니도 낙지를 일곱 마리나 잡았다고 자랑했다. 낙지잡이는 서식 굴을 찾아 삽으로 파고 고인물을 바가지로 퍼내기를 반복해 잡는 맨손 어업이다. 마지막 개를 트는 날은 낙지를 많이 잡을 수 없다. 그래도 낙지를 잘 잡기로 소문난 송씨는 30마리를 잡았다. 팔순 할머니는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민꽃게와 쏙만 잡으셨다.
이 마을 낙지개는 큰 마을 성두, 작은 마을 차수와 진목 세 마을이 함께 이용하는 갯밭이다. 세 마을을 성두리라 하는데 한때 250여 가구에 달했지만, 지금은 130가구로 줄었다. 몇 년 전에만 해도 낙지개를 트면 많을 때는 50여 명이 낙지를 잡으러 나왔다.
낙지잡이는 서식 굴을 찾아, 삽으로 파고 고인물을 퍼내길 반복해 잡는 맨손 어업이다./김준 |
고흥의 갯마을은 지금도 낙지개를 트고 닫는 전통이 남아 있다. 옛날처럼 낙지와 꼬막과 바지락이 나오지 않지만, 고흥갯벌은 다른 지역에 비해 건강하다. 물이 들기 시작하자 하나둘 갯벌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한 주민에게서 얻은 낙지 세 마리로 주민이 알려준 대로 제철 양파를 넣고 초무침을 해서 밥상에 올렸다. 펄낙지라 부드럽고, 바로 잡은 것이라 싱싱하다. 다른 양념을 추가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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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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