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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펜타곤 피자 지수

조선일보 어수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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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상훈

일러스트=박상훈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인턴 르윈스키와의 추문으로 곤욕을 치르던 1998년, 백악관 앞에서 도미노 피자를 운영하는 프랭크 믹스가 한 말이다. 지난 이틀간 무려 400판이 넘는 피자를 백악관으로 배달했지만, 오늘부터는 평소 수준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그는 “백악관이 섹스 스캔들에서 벗어났다는 걸 보여주는 징표”라고 했다. AI와 빅데이터 등장 전의 이야기다.

▶X(구 트위터)에는 20만 팔로어를 보유한 ‘펜타곤 피자 리포트’라는 계정이 있다. 피자 주문량을 통한 ‘전쟁 예고 지표’로 명성이 높다. 지난 13일 저녁 6시 59분, 이 계정은 한 줄짜리 공지를 올렸다. “펜타곤 인근 모든 피자 가게 주문량 급증.” 정확히 한 시간 뒤 이스라엘의 테헤란 공습 뉴스가 시작됐다. 일주일 뒤인 20일 미국의 이란 핵 시설 폭격 때도 마찬가지. 폭격 직전인 금요일 저녁 7시의 피자 가게와 술집을 비교했다. 파파존스의 주문량은 두 배 늘었는데, 같은 시각 펜타곤 공무원들이 즐겨 찾는 ‘프레디 바’ 손님은 10분의 1로 급감했다는 리포트였다.

▶‘펜타곤 피자 지수’의 과거 사례가 몇 개 더 있다. 1989년 파나마 침공 전에도 주문량이 평소 2배로 늘었고, 1991년 걸프전 전야에도 하루 평균 50건이던 주문량이 125건 이상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전야에는 버지니아주 랭글리의 CIA 본부에 도미노 피자를 20판 이상 배달시켰다는 전직 요원의 증언도 있다. 하지만 미 국방부는 “내부에 피자집은 없지만 구내식당 등 다른 음식 제공처가 많기 때문에, 외부 피자만으로 상황 판단은 어렵다”고 반박했다.

▶한때 유행했다가 사라진 예고 지표로 2008년 시작한 구글의 ‘독감 트렌드’가 있다. 특정 지역에서 ‘기침’ ‘발열’ 등의 검색어가 갑자기 많아지면 독감이 유행할 거라고 예측하는 방식이다. 매주 5000만개의 검색 데이터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보다 빨리 예보해 각광받았는데, 시간이 흐르며 “엉터리” “과장됐다”는 불만이 폭주했다. 구글 트렌드가 화제가 되며 관련 보도가 증가하자, 아프지 않은 사람까지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면서 실제보다 데이터가 눈덩이처럼 커졌기 때문이다. 구글은 2015년 서비스를 중단했다.

▶‘피자 지수’는 아직 검증 가능한 분량의 데이터가 누적되지 않았지만, 영국 런던과 미국 시카고 등은 범죄 발생 시간·장소 등 60만건 이상의 공개 데이터를 통해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범죄에 대응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건 데이터 자체가 아니라 데이터 분석 능력인 셈이다.

[어수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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