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시각)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단체 기념사진을 찍은 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인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김기성 | 수도권데스크
“정치권력은 5년이지만, 기득권 권력은 영속적이다. 이들을 내버려두고는 어떠한 민생개혁도 쉽게 물거품이 될 수 있다.” 2021년 1월3일 당시 ‘대권 잠룡’이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적었다.
그는 넷플릭스 다큐 ‘위기의 민주주의: 룰라에서 탄핵까지’를 시청한 뒤 “브라질의 재벌, 검찰, 사법, 언론 기득권 카르텔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극우 정권을 세웠는지 추적하는 다큐멘터리다.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하기엔 기시감이 든다”며 소감을 밝혔다. 기시감은 경험한 적이 없는 상황이나 장면이 이미 경험한 것처럼 느껴지는 감정이다.
이어 “검찰개혁, 사법개혁은 물론 재벌·언론·금융·관료 권력을 개혁하는 것으로 지체 없이 나아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특히 그는 이 글에서 “불합리한 기존질서를 바꿔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정책이고, 새 정책의 시행은 필연적으로 기존 질서에서 이익을 보던 기득권자의 저항이 수반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격정을 쏟아낸 ‘잠룡 이재명’은 채 10개월도 안 돼 ‘대장동 의혹’의 중심에 선다. 성남시장 재직 시절 판교 대장동을 개발하면서 5503억원의 개발 이익을 성남시로 환수했지만, 그 외 이익을 ‘모두 환수하지 못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의혹 제기 ‘세력’은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20대 대선을 앞두고 검정고시 출신 ‘변방 사또’에 불과한 이재명과 치열하게 맞붙은 여의도의 경쟁자들에겐 분명 호재였다. 벽두부터 ‘기득권 깨기’를 외쳤던 그는 여야를 불문한 집요한 공격과 언론의 난타, 전방위로 휘두르는 검찰의 칼날에 처참하게 찢겼다.
이듬해 3월 대선에서 패한 이재명은 ‘기득권의 아바타’ 윤석열에게 무참히 도륙당한다. 150여명의 검사는, 그가 직접 ‘측근’으로 거론했던 사람들을 법정과 감옥으로 떠밀었다. ‘죄가 있든 없든’ 그의 아내와 자식까지 저잣거리의 조롱 대상으로도 만들었다. 그뿐만 아니다. 시장과 도지사인 그를 수행했던 여러 공무원, 그의 뜻에 동조했거나 그를 따랐던 수많은 지지자도 검찰과 마주하며 머리를 조아리게 했다. 자신 역시 ‘사법 리스크’라는 폭탄을 짊어지고 날마다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대중 정치를 해야만 했다.
그는 여러 혐의 가운데 정치생명과 직결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선 ‘기적적인’ 무죄를 받는다. 하지만 그가 언급한 ‘사법 기득권 세력’(대법원)에 의해 대선을 코앞에 두고 파기환송돼 다시 목 졸림을 당한다.
그래서일까.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 법인카드를 유용한 혐의로 기소된 그는 지난해 11월20일 말했다. “일선 부서에서 사용한 법인카드나 예산 집행을 도지사가 알았을 것이고, 그러니 기소한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수사해도) 증거가 없는 것은 은닉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룰라에게 적용했던 검찰의 입장”이라고 허탈해했다.
그가 룰라를 소환한 이유는 짐작이 간다. 아니, 인지상정으로 읽힌다. 기득권 카르텔 척결을 앞세운 개혁을 주도하다 옥고를 치른 룰라와 처지를 비교했을 터이다. 당시 브라질 검찰은 “룰라가 (뇌물로 받은) 아파트 소유자라는 증거가 없다는 사실은, 룰라가 아파트를 숨기려 했다는 증거로 간주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피고 이재명’을 둘러싼 사건의 진실은 대통령 임기 종료 뒤 재판 과정에서 가려질 수 있다. 하지만 경기도지사 이재명이 4년 전 언급했던 ‘기득권 카르텔’의 존재와 위상은 그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과 수사·재판을 통해 만천하에 드러났다.
주권자인 국민은 총칼로 국회를 침탈한 기득권과 아바타를 보며 분노했고, 그 아바타를 보위하려던 기득권 정당과 검찰, 사법권력의 민낯을 똑똑히 지켜봤다. 그리고 결국, 국민은 그들을 심판했다. 위임된 국민의 권력으로 오직 ‘정적 제거’에만 몰두했던 ‘기득권 카르텔’은 지금, 어떤 ‘기시감’에 사로잡혀 있을까. 자못 궁금하다.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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