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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 피해' 노동자 사망 후 노모에 소송 전가···현대차 "취하 하겠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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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 항의 두시간 파업, 12년째 손배 소송
노동자 사망 후 70대 모친에 "소송 이어 받아라"
현대차, 사망자 제외한 "나머지 소송 계속 진행"
노조 "불법파견 처벌강화·노란봉투법 처리 촉구"


2014년 서울중앙지법에서 원고들이 현대차에 직접 고용된 근로자임을 확인한다는 불법 파견 판결을 받아낸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선고 후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4년 서울중앙지법에서 원고들이 현대차에 직접 고용된 근로자임을 확인한다는 불법 파견 판결을 받아낸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선고 후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가 불법파견에 맞서 파업에 나선 노동자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뒤 해당 노동자가 사망하자 유가족인 75세 노모(老母)에게 소송을 전가하려해 논란이다. 노동계는 "불법파견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면서 사망한 노동자의 어머니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으려는 인면수심 행태"라고 비판했다. 현대차는 뒤늦게 소송을 취하하겠다고 밝혔다.

24일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따르면 사건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망한 노동자 송모씨는 2003년부터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했다. 그는 현대차의 고용방식이 '불법파견'에 해당된다며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 파업에 참여했고, 생산라인을 총 두시간가량 멈춰 세웠다. 이때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도 시작했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현대차는 파업으로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며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 615명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했다. 회사는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 포기를 조건으로 소송 대상 노동자를 한 명씩 빼줬고 이를 거절한 노동자 28명이 손해배상 소송을 모두 감당하게 됐다. 노조는 "손해배상 소송은 사람 숫자가 줄어 들어도 소송 총액은 유지된다"며 "결과적으로 불법파견에 끝까지 맞서 싸운 사람만 골라내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떠넘기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노동자 사망하자 노모에 손배 전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송씨는 12년에 걸친 긴 싸움 끝에 2022년 대법원에서 불법 파견을 인정받았다. 현대차에 꿈에 그리던 정규직으로 입사했지만 올 1월 갑작스레 사망했다. 심지어 송씨가 법원 판단 이후 정규직으로 입사한 뒤에도 그에게 걸린 손해배상 소송은 10년 넘도록 유지되고 있었다.

현대차는 송씨가 사망하자 그의 75세 노모를 대상으로 '소송수계' 신청서를 제출했다. 소송수계는 소송 당사자가 사망해 소송 절차가 중단될 때 타인이 그 지위를 이어 받도록 하는 제도다. 현대차가 송씨에게 청구한 손해배상이 마지막까지 인정됐다면 노모가 갚아야할 돈은 약 2억3,795만 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 유가족이 현대판 연좌제, 현대판 백골제(죽인 이에게 부과됐던 세금)에 비견될 고통을 겪을 위기에 놓인 셈이다.

2023년 법원은 불법파견 혐의로 회사와 전 공장장에게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했지만 손해배상 소송에서 달라진 건 없었다. 노조는 "노동자 노모에게 손해배상을 전가한 것 자체도 문제지만 유가족을 법정에 세워 괴롭히려는 의도가 크다"며 "유례없을 정도로 악의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소송수계 사건이 알려지고 비판이 커지자 현대차는 "소송을 취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노조의 주장은 오해에서 비롯됐고, 소를 취하하기 위한 필수 절차로 소송수계가 반드시 필요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대차 관계자는 "사망한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취소하려면 절차적으로 유가족에게 소송수계를 해야만 끝이 날 수 있었던 사안"이라며 "노모에게 손해배상을 전가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대차는 송씨를 제외한 나머지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은 계속해서 이어갈 계획이다. 이에 노조는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기 위해 노모에게 소송수계를 신청했다는 주장은 문제가 드러나자 가져온 변명일 뿐"이라며 "다른 불법파견 피해자에 대해선 소송을 계속하는 것이 근거"라고 반박했다.

노조는 이와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불법파견 근절과 노조법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처리를 촉구했다. 김한주 금속노조 언론국장은 "불법파견을 저지른 현대차는 고작 벌금 3,000만 원을 선고받고, 피해를 입은 노동자는 수억 원 손해배상 청구에 놓이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가 불법파견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처벌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합당한 쟁의행위에 대해선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는 노란봉투법을 신속 처리해 불합리한 상황에 놓인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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