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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귀영화도 고난도 이 또한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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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일귀 북망산 불귀객 되니 일배황토(人生一歸 北邙山 不歸客 되니 一杯黃土) 가련코 가이없구나 솔로몬의 큰 영광 옛말이 되니 부귀영화 어디 가 자랑해 볼까.’(이명직의 허사가)



인생일귀(人生一歸), 사람은 살다 보면 왔던 곳으로 돌아간다는 뜻인데, 어디로 가느냐? 북망산으로 간다. 북망산이란 중국의 낙양성에 있는 뒷산 이름인데, 우리가 일컬은 북망산이란 공동묘지다. 화장(火葬)이 없던 시절에 매장을 하려면 뒷산으로 간 것이다. 한문에 동녘 東, 서녘 西, 남녘 南, 북녘 北 하지만 앞남(南) 뒷북(北)이라 했다. 아무튼 북망산에 한번 가면 불귀객 된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손이다.





솔로몬



다윗왕의 다섯째 아들로 태어나 19세에 왕이 되어 58∼59세쯤 사망했을 것이다. 약 40여년 동안 왕으로 있으면서 부귀와 영화는 다 누리고 살다 간 사람이다. 성전 크게 짓고 궁전도 크게 지어 700명의 부인, 300명의 첩, 합하여 마누라를 1000명이나 거느린 왕이었다. 그들에게서 낳은 왕자, 공주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



솔로몬이 시바 여왕에게 받은 선물 가운데 금이 4톤이었다. 다른 선물도 금 이상을 받았다. 그 금으로 성전 짓는 데 썼으나 그 금은 일부였을 뿐이다. 포도원을 만들고 못을 파고 노비는 낳아서 기르기도 하고 사기도 해서 예루살렘에 있던 모든 자들보다 소와 양떼의 소유를 더 많이 가졌으며, 은금과 왕들이 소유한 보배와 여러 지방의 보배를 자기를 위하여 쌓고, 노래하는 남녀들과 처와 첩을 많이 두었다. 무엇이든지 자기가 원하는 것을 금하지 않았다. 이같은 부귀와 영화도 지나고 보니 다 옛말이다.





불귀객(不歸客)들이 점점 더 늘어난다. 안동교구에 계셨던 두봉 주교님께서도 2025년 4월10일 96세 사시고 가셨다. 80년대 전두환 정권 때 모든 집회를 못하게 했다. 다만 종교행사는 허용하였다. 농민들이 모여서 시위할 수가 없었다. 집시법(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이 무서웠다. 개신교에서는 감히 신청도 못하고, 가톨릭 몇곳에서 신청했다. 광주의 북동성당, 전주의 중앙성당, 대전성당, 수원의 주교좌성당, 원주성당, 경북에는 함창성당이었다. 탄압이 심해서 작은 성당에서는 아예 집회 허가 신청도 못했고, 주교님들이 지키고 있는 성당들이었다. 함창성당에서는 안동교구장이셨던 두봉 주교님께서 직접 오셔서 집행해 주셨다. 그냥 신청하면 허가가 안 나고 추수감사절 미사 드린다고 하니, 정부에서는 허가를 안 해줄 수가 없는 것이다. 말이 함창성당이지 전국에 있는 농민들, 노동자들, 학생 운동하는 이들이 다 모인다. 하나님은 생각도 못 하고, 하느님도 안 되고, 천주님만이 허락해 준 것이다.



농민들 추수감사제라서 성당 마당에 돼지머리가 있는 제사상을 차리고 절을 드린다. 주교님께서 친히 큰절을 올리고 시작했다. 몇몇 신도들도 함께 절을 하셨으나 보수적인 신앙을 지닌 신도들은 절을 안 한다. 천주교에서는 주교님이 하시는 것은 곧 신앙의 표본인데도 따라서 절을 안 한 교인들이 많이 있었다. 그 후로 안동교구에서 두봉 주교님 그늘에서 농민운동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고 큰 기여를 하였다.



10일 지나 4월21일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88세로 불귀객이 되셨다. 훌륭하신 교황이시고 그냥 죽음도 아니고 불귀객도 아니고 선종하셨단다. 역대 교황들은 베드로부터 264분이 선종하셨다. 물론 훌륭하신 분들이다. 나에게 더 욕심이 있다면 지금쯤은 세계평화를 위해서 기도만 하시지 말고, 전쟁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시면서 전쟁을 막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직한 교황이 되셨으면 하는 욕심이다.



이스라엘 전쟁에 교황께서 가 계시면 이스라엘도 하마스도 교황이 계신 곳에는 포사격을 못 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어느 편을 들어주시지 말고, 우크라이나에 교황 성하께서 가시면 러시아에서 폭격도 포사격도 못 한다. 그곳에 추기경 235분을 모시고 다니시면 전쟁 못 한다. 추기경 열분만이라도, 아니면 신부 수녀들 300명만 모여서 기도하고 있으면 포사격 못 한다. 모든 성직자가 평화를 위해서 기도만 하시지 말고 행함을 보여주셨으면 한다. 그렇다면 같은 성직자인 목사는 왜 가만히 있느냐? 목사는 300명이 있어도 포사격한다. 그것은 천주님 자녀들이 아니고 하나님 자녀들이기에 그렇다. 천주님과 하나님이 싸우면 하나님이 진다. 백전백패다. 우리나라에서 그랬다. 문규현 신부님은 1989년 임수경과 같이 이북에 다녀오셨다. 같은 해 같은 문씨인 문익환 목사님도 이북에 다녀오셨다. 그 후 천주님 아들인 문 신부와 천주님 딸은 밖에 돌아다니고, 하나님 아들인 문 목사님은 옥에 갇혀 지내셨다. 천주님 딸인 임수경은 국회의원도 되었다. 천주님 아들인 문규현 신부님이 이북에 가셨을 때 그의 큰형님이신 김수환 추기경께서 다녀오셨으면 통일이 당겨졌을 것이다. 역대 추기경 네분이서 판문점 오고 가시면 아무도 못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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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3일 김경재 교수께서 가셨다. 그분 역시 종교 사이의 화합, 민주화, 통일운동에 힘쓰시다가 가셨으나, 하느님 아들이었다. 2025년 5월 나에게 지하수 찾는 방법을 가르쳐주신 안태호 선비께서 87세로 가셨다. 그분이 나에게 지하수 찾는 방법을 전수해 주시면서 “첫째, 돈 받지 마라. 하나님이 특별히 주신 기술을 돈 버는 데 사용해서는 안 된다. 둘째, 남이 쓰고 있는 물 빼앗지 마라. 수맥을 찾다 보면 물줄기를, 아니 잘 나오는 온천수도 몇십리 밖에서 차단해서 쓸 수도 있다. 남이 잘 먹고 있는 물을 내가 뽑아 써도 안 된다. 셋째, 아무리 바빠도 누가 부탁하든 찾아가서 해결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분은 교회도 성당도 안 다니신다. 수맥을 찾다 보니 하느님을 알게 되셨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유교적인 선비가 있었는데, 마지막 선비가 가셨다. 나도 그분 같은 선비가 되고자 한다.



근대 이씨 조선은 유교 때문에 망했다. 그러나 유교가 나쁜 것은 아니다. 못된 양반놈들 때문에 나라가 망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유교가 유지된 것은 착한 선비들 때문이었다. 선비는 돈에 욕심도 없고 벼슬도 안 하고 가난한 오막살이 하면서 마을의 어려운 일을 다 해결해 드린다. 궁합 봐주고 어린애 낳으면 이름 지어주고 병나면 침 놔주고 약 가르쳐주고(약 지어주면 돈을 받게 된다) 초상 나면 산소 자리 봐주고 제사 지내면 지방 써주고 축문 써주고 요람에서 무덤까지가 아니고 궁합에서 시제까지 도와주셨다. 무식한 사람들 대필해주고 가난한 과부 재산 찾아주고 마을의 대소사 다 해결해주는 것이 선비들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선비라도 양반들의 부조리를 들춰낼 수 없다. 양반들과 맞서면 그날 밤 못 넘기고 당한다. 양반들이 종들 시켜 밤에 오두막집 흔들면 무너진다. 그냥 선비는 선비(士)로 남아 있어야 한다.





선비에는 두 종류가 있다. 처자를 거느리고 청렴결백하게 오두막살이 하면서 가난하게 사는 선비가 있고, 처자도 없고 집도 없고 앉아서 여섯자 뛰고 축지법 쓰고 태권도 하고 전국을 누비는 길선비(道士)가 있다. 길선비는 못된 양반들의 부조리를 말할 수 있다. 어느 양반놈이 과부 재산 착취했다고 말할 수 있다. 잡으려면 여섯자 뛴다. 부잣집 담장이 다섯자다. 잡으려고 하면 축지법 쓰고 잡히면 태권도 하고, 이 같은 길선비는 관아에서도 못 잡는다. 이 같은 선비와 길선비가 유교 정신을 지켜 왔다.



그 형님께 들은 바가 있다. 양평 어느 곳에서 도인들 모임이 있었다. 초청받아 문간에서 술을 마시고 있으니, 갑자기 한 사람이 찾아와 “왜 선생님께서 그곳에 계십니까? 이곳으로 오셔야지요” 하더란다. 형님은 도인들끼리 윗자리 아랫자리가 있었던 것을 몰랐던 것이다. “이 사람들아, 도인이면 도인답게 현실에 맞게 살아. 거추장스럽게 주접떨지 말고!” 그리고 술김에 약 30분 동안 충고해 주셨다 한다. “형님, 그다음 30분 동안 하셨던 말씀 다시 해주셔요.” “술에 안 취해서 못 하겠는데, 다음에 술에 취하면 해줄게.” 그 후로 몸이 늙으시면서 전처럼 술을 못 드시고 지난해 다시 물어봤으나 안 해주시고 금년에 불귀객이 되셨다.





임락경(전북 정읍 사랑방교회 목사)



*이 시리즈는 순천사랑어린학교 교장 김민해 목사가 발가하는 ‘월간 풍경소리’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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