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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테헤란 샤란 석유 저장소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사람들이 다리 위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다. 테헤란/로이터 연합뉴스 |
이란이 미국의 핵 시설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23일(현지시각) 카타르에 위치한 미군 공군기지를 향해 단거리 및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 국방부는 이번 공격에 따른 사상자는 없다고 밝혔다. 이란이 공격 전 미국과 카타르에 이를 알린 것으로 전해지면서 ‘전면 대응’ 아닌 ‘제한적 보복’을 이란이 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국방부는 이날 한겨레에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오늘 이란에서 발사된 단거리 및 중거리 탄도미사일이 알우데이드 기지를 공격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며 “현재까지 미군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추가 정보는 확보되는 대로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카타르 국방부는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자국의 방공망이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알우데이드 공군기지는 미 중부사령부의 본부가 있는 중동 최대 규모 미군 시설이다. 약 1만 명의 미군 병력이 주둔하고 있으며, 100여 대의 항공기와 무인기가 배치돼 있다.
앞서 이란도 미사일 공격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이란 국영 통신사 타스님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보복성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작전명은 ‘승리의 선포’다.
이란의 공격은 미국·카타르 쪽과 사전에 통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액시오스에 “트럼프 행정부가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이란의 공격에 대해 “충분한 사전 경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세 명의 이란 관리도 뉴욕타임스에 “이란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식으로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사전 통보를 했다”며 “이란이 미국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감행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지만, 모든 당사자가 빠져나갈 수 있는 출구를 마련하는 방식이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이를 2020년에 사용했던 전략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는데, 당시 이란은 자국 최고 장군이 암살된 뒤 미국의 이라크 기지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 전 미리 통보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는 성명에서 “강력한 이란군이 공격한 기지는 카타르의 도시 시설 및 주거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며 “이번 작전은 우호적이며 형제 국가인 카타르와 그 고귀한 국민에게 어떤 위협도 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카타르를 향해 발사된 미사일 수가 21일 미국이 이란 핵 시설에 투하한 폭탄 수와 동일하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긴장 완화 의지를 나타내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카타르 외무부는 즉각적으로 이번 공격을 자국 주권에 대한 “노골적 침해”로 규정하고 강력 규탄했다. 액시오스는 “ 긴 성명이 공격 직후 몇 분 만에 공개됐다. 미리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도 확전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시엔엔(CNN)에 “이란의 보복을 예상하고 있었다. 2020년 당시와 비슷한 형태의 반응이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개입이 더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후 국가안보회의를 뒤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있다. 이날 일찍부터 미국과 영국은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카타르에 있는 자국민들에게 대피 경고를 내렸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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