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국방부 장관, 정동영 통일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왼쪽 부터) |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외교부·국방부·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나란히 발표하면서 이재명 정부 외교안보 라인 인선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 대통령이 앞서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를 지명한 데 이어 이날 통일부 장관에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발탁하면서 ‘대북 유화’ 기조를 내세운 대북 라인이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사람 모두 대표적인 남북 대화론자로 꼽힌다. 외교부 장관엔 정통 외교관 출신인 조현 전 외교부 차관이 지명됐다. 이재명 정부가 대북 정책에 있어선 남북 대화 채널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되, 대외 관계는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외교 안보 관료 출신들을 전면 배치해 향후 외교 전략을 균형적으로 가져가겠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선 공약으로 약속했던 첫 문민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안규백 민주당 의원을 지명했다. 안 후보자는 육군 방위(일병 소집 해제) 출신으로, 민주당 전신인 평화민주당 당료로 정치권에 들어와 18대부터 22대까지 내리 5선을 지냈다. 의정 활동 대부분을 주로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하며 20대 국회에선 국방위원장을 맡아, 국방 분야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12·3 비상계엄 정국에서 이 대통령에게 군 관련 첩보를 다수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군 출신은 아니지만 군사 전문성과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데다, 정치력을 갖춰 군 내부에서도 평가가 좋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민간인 출신인 안 후보자가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배경엔 12·3 비상계엄에 군이 동원되면서 여권 안팎에서 개혁 필요성이 요구된 측면이 있다. 노무현·문재인 정부도 민간인 국방장관 임명을 추진했지만, 북한 핵 등 안보 문제와 군 조직 장악력이 약할 것이란 우려로 좌초됐었다. 그러나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 당시 육군 중장 출신인 김용현 국방장관이 육사 출신을 앞세워 계엄을 밀어붙이며 여권 내에서 민간인 국방장관을 임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졌다.
정동영 후보자 임명이 확정되면 2005년 노무현 정부 통일장관을 한 지 20년 만에 다시 통일부 장관으로 귀환하게 된다. 정 후보자와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가 발탁된 것을 두고 여권에선 경색된 남북 관계에 반전을 꾀하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두 사람은 노무현 정부에서 대북 정책 파트너로 호흡을 맞췄다. 정 후보자가 통일부 장관 재임 당시 이 후보자가 차관으로 일했고, 정 후보자가 장관직에서 물러난 자리를 이 후보자가 이어받았다. 정 후보자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의장을 역임하던 당시 이 후보자는 NSC 사무차장으로 일하며 2005년 6자회담 9·19공동성명과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의 앞길을 닦았다. 두 사람이 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재명 정부에서도 함께 일하게 된 것이다.
정 후보자 지명엔 이 대통령과 정치적 인연도 고려됐다는 말도 나온다. 정 후보자가 2007년 17대 대선에 출마할 때, 성남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캠프에서 일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정 후보자 팬클럽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정통)을 조직해 대표를 맡았고, 이 조직세가 이 대통령 지지층으로 이어지면서 정 후보자는 이 대표의 멘토 역할을 해왔다. 정 후보자는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후 국민의당과 민주평화당 등에서 활동했는데,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2022년 민주당에 7년 만에 복당했다. 정 후보자는 MBC 기자 출신으로, 15·16·18·20·22대 의원을 지냈다.
이 대통령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에 이어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것에 대해선 “한미 동맹을 비롯한 양자 관계는 물론 통상·다자 분야까지도 아우르겠다는 실용 외교에 방점을 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위 실장은 북미·북핵 전문가이자 동시에 러시아통(通)으로,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 전략을 총괄해온 인사다. 조 후보자는 외교부 1·2차관과, 주유엔 대사 등을 지낸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2002년 외교부 다자통상국 심의관 당시에는 한일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관여했고, 2004년 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장 시절 한·멕시코 FTA 협상 수석대표를 맡았다. 조 후보자는 위 실장과는 외무고시 13기 동기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조 후보자는 위 실장과 함께 그간 이 대통령의 ‘중도 실용주의’ 외교 노선을 구상하는 데 관여하고, 대북 정책과 관련해선 온건 정책을 지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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