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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 숨은 36년 권력자 하메네이… 이란 내부서도 “무능” 불만 쌓여

조선일보 서보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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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공습 후폭풍]
이란 정권 교체 가능할까
지난 22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란 핵 시설 공격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가한 시위대가 이란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1979년 이슬람 혁명을 이끌었던 루홀라 호메네이의 모습이 담긴 포스터를 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22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란 핵 시설 공격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가한 시위대가 이란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1979년 이슬람 혁명을 이끌었던 루홀라 호메네이의 모습이 담긴 포스터를 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21일 미국이 이란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 등 핵시설 3곳을 기습 공격한 ‘한밤의 망치(Midnight Hammer)’ 작전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정권 교체(regime change)는 왜 안 되느냐”고 언급하면서, 향후 이란의 정세를 둘러싼 여러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가 언급한 ‘정권 교체’는 1989년부터 36년간 철권 통치를 이어온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의 교체뿐 아니라,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46년간 종교 지도자와 정치 지도자를 동일시해온 ‘신정 일치 체제’를 뒤엎는 체제 변혁을 의미한다는 해석이다.

그래픽=박상훈

그래픽=박상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현 이란 정권이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정권 교체가 없을 수 있겠나”라고 썼다. 이는 미군 공습 직후 “정권 교체가 공습 목표는 아니었다”고 했던 참모들과는 결이 다른 주장이다. 트럼프는 오랜 경제 제재와 여성·소수자 권리 억압 등으로 누적된 이란 국민들의 불만과 정권 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작전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하메네이는 자신이 적으로부터 암살당하는 ‘순교’에 대비해 미리 3명의 후계자를 지명하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1일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이나 미국이 자신을 암살하려는 것을 알고 있고, 이는 순교로 간주될 것”이라며 “그가 벙커로 피신한 것은 이란이 얼마나 맹렬한 타격을 받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의해 정권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알리 하네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알리 하네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AFP 연합뉴스


하지만, 최근 이란 정권의 내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7월 수도 테헤란에서 하마스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스라엘에 의해 암살당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하니예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테헤란 귀빈 숙소에 머물던 중 새벽 2시에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경호를 맡았던 하니예 숙소에는 두 달 전부터 폭탄이 설치돼 있었고, 원격 조종에 의해 폭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보안, 정보 통제에 실패한 것이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선제 공격 이후 드러난 이란 정권의 무능함도 이란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테헤란을 떠나 피란 중인 한 이란 국민은 NYT에 “그 누구도 고작 6~7일 만에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BBC는 “우리의 삶을 짓밟아온 자들이 이스라엘에 의해 두려움에 떠는 것을 보니 기쁘다”는 등의 이란인 인터뷰를 전하며 이란 청년 상당수가 정권에 반감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반이스라엘·반미 정서가 강하기 때문에 급격한 상황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달승 한국외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는 “내부에 다양한 불만이 있지만 외부로부터 피해가 큰 상황이라 이런 목소리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시간이 흐르고 외부에 대한 반감이 안정된 후엔 변화의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민 혁명을 통한 체제 붕괴 가능성 역시 낮다는 분석이 많다. 안승훈 서울대 이스라엘교육연구센터 박사는 “하메네이를 제거해도 장기간 집권으로 축적된 견고한 신정 체제가 곧바로 무너지긴 어렵다”고 했다. 야당·시민사회 등 대안 세력이 사실상 부재해 단기적으로 반정부 운동이 발생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안 박사는 “다만 이번 사태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누적된 반인권적 통치에 대한 불만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란 정권이 외부와의 싸움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뒤, 국면 전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 교수는 “이란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등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큰 상황에서 어떤 형태로든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민심 안정을 위해 온건 성향 인사를 전면에 내세우거나, 장기적으로는 최고 지도자 권한을 축소·분산하는 등의 조치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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