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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햇살에 뒤덮인 황금빛 山… 독일서 떠올린 아스라한 고향 풍경

조선일보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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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 화가 윤종숙 서울서 개인전
윤종숙, '나의 고향'(2025). 캔버스에 유채. 195×250 cm. /리안갤러리

윤종숙, '나의 고향'(2025). 캔버스에 유채. 195×250 cm. /리안갤러리


짙고 붉은 언덕 위로, 푸른 호수가 얇게 덮였다. 저무는 햇살에 뒤덮인 황금빛 산등성이가 그 위로 보인다. 추상화인데 풍경이 읽히는 이 그림 제목은 ‘나의 고향’. 30년째 독일에 살고 있지만 기억 속에 품고 있는 작가의 고향이 맑고 밝은 빛의 광채를 내뿜고 있다.

독일 뒤셀도르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재독 화가 윤종숙(60)이 서울 자하문로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개인전 ‘봄(Bom)’을 열고 있다. 화사하고 투명한 봄의 정경이 느껴지는 회화 15점이 걸렸다. 어릴 적 나고 자란 충남 온양의 고향 풍경이다. 진달래꽃 어우러진 분홍빛 들판과 연노랑 산, 새싹이 돋고 냇물이 흐르는 기억 속 공간이 간결하고 투명한 붓질로 구현됐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시골집 건너편에 산이 있는데 계절마다 산의 색깔이 다양했다”며 “그때는 매일 보는 것이니 소중한 걸 몰랐는데 어릴 때 보고 자란 그 풍경이 지금 제 그림에 많이 반영되고 있다”고 했다.

윤종숙, '구름 한 점'(2025). 캔버스에 유채. 200×300cm. /리안갤러리

윤종숙, '구름 한 점'(2025). 캔버스에 유채. 200×300cm. /리안갤러리


윤종숙, 'Mountains'(2025). 캔버스에 유채. 170×130cm. /리안갤러리

윤종숙, 'Mountains'(2025). 캔버스에 유채. 170×130cm. /리안갤러리


한국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그는 서울 워커힐미술관에서 열린 독일 전시를 보고 흥미를 느껴 뒤늦은 유학길에 올랐다.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거꾸로 그린 그림’ 등을 보고 저것도 현대미술인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독일의 유명 미술학교인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에서 미술 공부를 시작했고 영국 첼시예술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다. 처음엔 실을 이용해 캔버스에 바느질하는 작업을 했고, 유화로 전환해 지금은 추상적인 풍경화를 그린다. 봄이면 진달래꽃 피어 분홍으로 물들었던 고향 산에 대한 기억에서 시작됐다. 그는 “몸은 독일에 있지만 머릿속, 가슴속에 남아있는 기억을 더듬으며 그린다”고 했다.

리안갤러리 서울 전시장에서 만난 재독화가 윤종숙. /허윤희 기자

리안갤러리 서울 전시장에서 만난 재독화가 윤종숙. /허윤희 기자


스케치 없이 그때그때 감정에 따라 작업한다. 완성된 결과물은 얼핏 노란색, 하늘색, 분홍색 덩어리로 보이지만, 크고 빠른 붓질로 쌓아간 색채의 레이어들이 켜켜이 살아있다. 유진상 미술평론가는 “윤종숙의 회화는 구체화되기 전의 감정과 기억의 떨림이 거대한 색면으로 표출된다”며 “화면 속 풍경은 뇌리에 떠오른 장면들과 원형적 기억의 형태로 되살아난다”고 했다.

전시 준비 중 반가운 소식도 날아왔다. 미국 뉴욕의 대형 갤러리인 마리안 굿맨 갤러리의 전속 작가가 됐다는 소식이다. 피에르 위그, 얀 보, 마우리치오 카텔란 등 글로벌 유명 작가들이 소속된 갤러리다. 그는 “서울로 출발하는 비행기에 앉았을 때 연락을 받았다”며 “독수리처럼 날개를 달고 작가로서 힘차게 부상하고 싶다”고 했다. 전시는 28일까지. 관람 무료.

윤종숙, 'Spring Mountain'(2025). 캔버스에 유채. 130×170cm. /리안갤러리

윤종숙, 'Spring Mountain'(2025). 캔버스에 유채. 130×170cm. /리안갤러리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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