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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책 안 읽어도 즐거운 ‘책 축제’

조선일보 유미 '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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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서울국제도서전에 가지 못했다. 도서전 당일 현장 예매를 하려고 생각한 것이 화근이었다. 사전 예매 단계에서 표가 매진될 줄 누가 알았을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출판계 종사자로서 서울국제도서전은 ‘우리들만의 축제’였다. 부스를 지키다가 한가해지면 다른 출판사 부스에 놀러 다니는 행사였다. 그런데 이제는 표를 구할 수 없을 만큼 인기가 많은, ‘모두를 위한 축제’가 된 것이다.

도서전에 대한 뜨거운 열기는 실제 독서 현황과는 온도 차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국민독서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성인의 종합독서율은 43.0%, 종합독서량은 3.9권으로 나타났다. 즉, 1년간 책을 1권 이상 읽은 사람이 2명 중 1명에 못 미치고, 책을 읽은 사람의 총 독서량도 4권이 채 안 된다는 뜻이다. 특히 종합독서량이 11권에 육박하던 2009년과 비교하면, 독서량 자체가 크게 감소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서울국제도서전의 전례 없는 인기는 어떻게 봐야 할까? 이제 책은 ‘읽는 행위’를 넘어 책이라는 물성과 그에 수반되는 다양한 것들로 확장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내용이지만 표지 디자인이 독특한 스페셜 에디션, 좋아하는 책을 모티브로 한 이색 굿즈, 책과 관련된 다양한 이벤트까지…. 전시된 책은 서점에서 대부분 구할 수 있고 도서정가제 때문에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도 없지만, 도서전에서는 책을 다양한 방식으로 맘껏 즐길 수 있기에 이토록 인기가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도서전을 비롯해 독서 토론 모임,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단체 야외 독서 행사를 통해 책은 집 안이나 도서관을 벗어나 다양한 곳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독서량은 줄었지만 책과 관련된 경험은 더욱 넓고 다양해진 것이다. 출판인으로서 더 많은 독자가 책을 구매해서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러나 책을 꼭 사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책에 접근하고 경험하며 책에 대한 애정을 키워가는 것도 아주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유미 '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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