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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싱크홀 지도 만들어 보니, 서울 절반이 안전도 낮은 4-5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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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절반가량이 싱크홀(땅 꺼짐) 안전도 5개 등급 중 안전도가 낮은 4, 5등급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최근 3개월간 한국지하안전협회 소속 전문가 12명의 도움을 받아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를 제작한 결과 서울 전체 면적(605㎢)의 절반이 넘는 303㎢, 426개 행정동의 절반인 208개가 4, 5등급으로 분류됐다. 서울시가 자체 싱크홀 지도를 만들고도 공개하지 않는 가운데 민간이 제작해 공개한 첫 싱크홀 지도다.

이번 싱크홀 안전지도는 안전협회 전문가들과 싱크홀에 영향을 미치는 지반, 지하수, 지하철, 지반 침하 사고 이력, 노후건물 분포 등 5개 자료를 토대로 동별 싱크홀 위험도를 분석해 작성했다. 싱크홀은 지반이 무른 수변(水邊)이나 지하 구조물 공사 후 땅을 제대로 메우지 않은 지역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것이 국내외 연구 결과인데 이번 조사 결과도 이와 부합한다. 영등포구 여의동과 강남구 삼성1동 등 한강 주변과 대규모 굴착 공사장 인근에 안전도 4, 5등급 지역이 집중됐다. 과거 싱크홀 사망 사고가 나거나 깊이 5m 이상 대형 싱크홀이 발생한 곳 모두 이번 조사에서 4, 5등급으로 분류한 지역이었다.

2014년 서울 송파구 싱크홀 사고 이후 크고 작은 땅 꺼짐 현상이 잇따르자 싱크홀 위험 지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정부는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한 적이 없다. 국토교통부가 800억 원을 들여 구축한 ‘지하공간 통합지도’는 지반 침하 이력 같은 핵심 정보가 빠진 맹탕 지도였다. 서울시도 지난해 8월 서대문구 연희동 싱크홀 사고 이후 땅 꺼짐 위험도를 5등급으로 분류한 지도를 제작했으나 “공개 시 불필요한 오해와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며 공개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싱크홀 안전도가 낮다는 것은 당장 땅이 꺼진다는 뜻이 아니다. 안전도가 낮은 지역일수록 굴착 공사를 할 때 안전 조치가 미흡하면 지반 침하 위험이 높으니 더욱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도를 공개하지 않는 건 지하 공사 부실 관리의 책임을 피하려는 의도 아닌가. 싱크홀은 인프라가 복잡해지고 노후화할수록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도시 재난이다. 특히 더 이상 개발할 곳이 없어 지하 공간으로 파고드는 서울은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싱크홀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지하 공사 관리 감독의 책무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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