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가 22일 미국 워싱턴디시(D.C.) 백악관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내 핵시설 폭격 결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새벽 이란의 세 군데 핵시설을 폭격한 데 이어, ‘정권 교체’(레짐 체인지)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이번 공격은 국제법의 일반 원칙에 비춰볼 때 정당화되기 힘든 ‘폭거’이고, 섣부른 정권 교체 시도는 중동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 수 있는 극히 위험한 구상이다. 미국이 20여년 전 이라크 전쟁 때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이제부터라도 냉정함을 찾고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란 역시 호르무즈해협 봉쇄 같은 극단적 대응을 삼가고 핵 협상 테이블로 하루속히 돌아와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바란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오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정권 교체라는 말을 쓰는 것은 정치적으로 옳지 않을 수 있지만, 현재 이란 정권이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없다’면 왜 정권 교체가 없어야 하냐”고 적었다. 그동안엔 이란 정권 자체를 전복하려는 이스라엘의 근본적인 태도에 거리를 둬왔지만, 기습 성공 이후 돌연 입장을 바꾼 듯한 모습이다.
유엔 헌장에 따르면, 무력행사가 정당화되는 경우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거쳤거나 선제공격을 받은 뒤 ‘자위권’을 행사할 때뿐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을 방치하면 ‘곧 9발 정도의 핵탄두를 갖게 된다’는 점을 들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5월 말 보고서에는 이란이 5월17일 현재 농축도 60%의 우라늄을 408.6㎏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이 적혀 있을 뿐이다.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 17일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보유를 우려하면서도 “체계적으로 핵무기 개발로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정당화할 만한 ‘급박한 위협’이 없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이란의 정권 교체까지 노리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 때도 대량파괴무기 위협을 내세우며 정권을 무너뜨렸지만, 결국 관련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그 결과 미국의 국제적 위신이 크게 떨어졌고, 지금에 이르는 쇠퇴가 시작됐다.
미국의 리더십엔 이미 큰 금이 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맞춰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IP4) 정상회의를 열려 했지만, 한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 정상이 불참을 선언했다. 동맹을 존중하는 신중한 외교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미국의 추락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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