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이 흘렀다. 이번에는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지난 4월에는 세율을 145%까지 올렸다. 중국은 또 보복으로 맞섰다.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고 미국 기업을 제재하더니 카운터펀치는 역시 희토류였다. 희토류 7종 등 핵심 광물 수출을 막은 것이다.
지난달 양국이 제네바 회담에서 관세율을 크게 낮추기로 합의한 뒤에도 다급한 쪽은 미국이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를 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인 유학생 거부' 카드를 꺼내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냈다. 이후 이어진 런던 회담이 끝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재개 소식을 알렸다.
현재까지 무역전쟁은 중국의 압승이다. 1992년 남순강화 때 "중동에는 석유가 있고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고 했던 덩샤오핑의 말처럼 중국은 이번 일로 '희토류 패권'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위협감 또한 과거와 크게 달랐다. 반도체·로봇 등 첨단산업이 발전할수록 패권은 더 강력해질 것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희토류 산업에 공을 들인 결과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자원외교를 내세워 해외 자원개발을 본격화했다.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 등이 이때 투자한 것이다. 자원안보 강화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국제 자원 가격 하락과 고가 인수 논란 등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면서 사업들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문재인 정부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해외 자원개발에 앞장선 광물자원공사를 광해관리공단과 통합해 광해광업공단을 출범시켰다. 직접투자 업무는 금지했고 광업 지원과 자원 비축 등 공적 기능만 남겨뒀다. 사실상 해외 자원개발을 중단한 것이다. 가지고 있던 해외 자산도 '전량 처분' 결정을 내렸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달라진 건 없었다. 뾰족한 대책 없이 시간만 보내다 탄핵됐다.
그사이 중국산 핵심 광물에 대한 의존도는 더 높아졌다. 한국 산업의 대들보인 반도체에 쓰이는 게르마늄·텅스텐 의존도는 70%를 웃돈다. 네오디뮴 등 희토류도 마찬가지다. 15년 전 호되게 당한 뒤 중국산 의존도를 90%대에서 50%대까지 낮춘 일본과 정반대다. 자원안보에 쉴 틈 없이 정치가 끼어든 탓이다.
한국은 대다수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추월당했다. 오죽하면 '반도체와 축구 빼고 모두 따라잡혔다'는 말까지 나온다. 반도체 산업마저 뒤처지지 않으려면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은 필연적이다. 취약할 대로 취약해진 우리의 자원안보가 불안하고 우려되는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원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주 G7 정상회의에서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를 강조했다. 중국 희토류 패권에 대항해 미국·일본 등 14개국이 참여한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의장국으로서 역할도 다짐했다. 더 이상은 자원안보를 강화하겠다는 외침이 공염불에 그쳐서는 안 된다.
[송광섭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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