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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란 전쟁과 한반도 평화 복원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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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미국의 핵시설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이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강타한 직후 구조대원들이 피해 현장을 살피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2일 미국의 핵시설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이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강타한 직후 구조대원들이 피해 현장을 살피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곽성규 | 전 주파키스탄 대사



이스라엘 텔아비브와 이란 테헤란 간 직선거리는 1628㎞다. 국경을 서로 맞대지 않은 양국이 미사일을 퍼부으며 전쟁에 돌입했다. 세계는 깜짝 놀랐다.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이 포르도 등 이란 핵시설을 전격 타격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이 펼쳐졌다. 세계는 또 한번 충격에 빠졌다.



당초, 전문가들은 미국이 실제 비-2(B-2) 폭격기에 벙커버스터 지비유-57(GBU-57)을 싣고 가 포르도 지하 핵시설 등을 공격할 가능성을 낮게 보았다. 미국 공화당 내 ‘대외 군사개입 자제’ 입장이 강하고, 공습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과거 아프간(2001년), 이라크(2003년) 침공 때처럼, 장기간 늪 같은 진퇴양난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 여론도 찬성 16%, 반대 60%로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는 제한적이고 단 한번에 그치는, 이른바 ‘폭격 런’(bombing run)을 택했다. 핵무기 개발 능력을 제거하되, 확전의 빌미를 주지 않는 전략이다.



이란은 보복으로 이스라엘에 미사일을 쏘았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방안도 최종 검토하고 있다. 과연 이란이 공격 강도를 높여서, 바레인 소재 미 해군 5함대 기지를 포함해 역내 19개 군 시설 등 미국 이익을 공격할지 주목된다. 예멘 내 후티 반군,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 같은 대리 세력을 동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란은 군사적으로 이스라엘에 연타를 당한 데 이어, 미국에 결정타를 맞은 셈이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설상가상으로 이란에 우군이 없다. 늘 이스라엘을 괴롭히던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앞서 무력화됐다. 시리아에선 긴 내전 후 친이란 아사드 정권이 무너졌다. 이슬람 국가들의 지지는 체면치레 정도다. 러시아는 자기 코가 석자다. 그래서 이슬람혁명수비대가 호전적 레토릭으로 으름장을 놓지만, 이란이 차츰 자제된 대응을 할 것으로 본다. 내부 결속을 다지면서 불리한 조건이라도 협상을 모색해야 할 처지다.



이스라엘은 맞닿은 국경도 없는데 메르카바 전차를 몰고 이란을 점령하러 갈 수 없다. 미국이 반다르 압바스에 해병대를 상륙시키거나, 테헤란과 이스파한에 공수여단을 보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천명했듯이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체제 전복이나 최고지도자 폭살 같은 종국적 금지선(레드라인)을 넘지 않을 것이다. 머지않아 외교의 장이 열릴 것이다.



이란 내 체제 교체가 가능할까? 이란이 심각한 피해를 보았지만, 외과적 공습으로 곧 신정 체제가 무너질 것으로 전망하는 것은 무리다. 반정부세력도 파편화돼 숨어있고 세가 약하다. 물론 이란 국민들은 폭정에 항거해 2009년 ‘녹색혁명’부터 2022년 ‘여성 생명·자유 운동’까지 여러 차례 봉기했다. 그러나 자신의 아파트 위로 미사일을 쏟아붓고 온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든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분노가 앞선다. 자연스럽게 이란 국기 주위로 결집할(rallying round the flag) 것이다. 벌써 테헤란을 비롯한 전국에서 반미 반이스라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내부 변혁의 목소리가 나오고, 설령 고령(86살)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물러나더라도 이슬람혁명수비대, 바시지 민병대, 정보부가 버티는 한, 신정 정권은 살아남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스라엘-이란 간 전쟁이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줄까? 국내 이슈를 잠시 돌아보자. 내란 특검이 수사해 밝히겠지만, 윤석열 정부는 여러 차례 북한의 도발을 촉발코자 시도한 게 분명해 보인다. 돌아보면 ‘군사적 충돌’이 발발할 수 있었던, 등골 오싹해지는 때가 여러 번 있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15일 남북을 연결하는 도로와 철길을 끊고 방어 해자를 파는 데 그쳤다. 이란은 미사일 개발 등 군사협력에서 북한의 돈독한 우방이었다. 김정은은 이란의 궤멸적 패배를 지켜보면서 공포를 가질 것이다. 북한은 단기적으로 ‘핵 보유국’이라고 더 강하게 주장할 것이고, 이따금 미사일을 쏘아대면서 건재를 과시할 것이다. 빗장을 걸어 잠그고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를 고수할 수 있다. 하지만, 걸핏하면 ‘원점 타격’을 공언하던 전 정부와 달리, 국민주권정부는 북한과의 평화·화해·협력 정책을 확실히 천명했다. 북한은 이재명 새 정부가 출범한 데 내심 안도할 것이다. 차분하게 긴장 완화 조치를 해나가면 북한도 우리와 소통의 물꼬를 트고, 나아가 9·19 군사합의 등 평화체제를 복원하는 것이 생존 전략에 부합하는지를 저울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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