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협 봉쇄 시 석유값 배럴당 100달러 돌파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과 유사한 파장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 3곳을 직접 타격하자 이란이 전 세계 유조선의 '바닷길'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손에 쥐고 위협하고 있다.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유가 상승으로 미국 경제는 물론 전 세계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해 파장이 예상된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의회는 이날 자국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폭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해협 봉쇄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에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오만과 이란 사이의 좁은 해협으로,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만을 연결한다. 이 해상 교통로의 폭은 3㎞에 불과하나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 및 석유를 실은 선박이 통과한다. 전 세계 석유 수송량의 5분의 1에 육박하는 규모다. 특히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이라크 등 대부분의 원유는 이 해협을 통해 아시아로 수출돼, 항로 폐쇄 시 아시아 국가 원유 수입에 직접적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과 유사한 파장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을 표시한 지도. 로이터 연합뉴스 |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 3곳을 직접 타격하자 이란이 전 세계 유조선의 '바닷길'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손에 쥐고 위협하고 있다.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유가 상승으로 미국 경제는 물론 전 세계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해 파장이 예상된다.
이란 의회, 호르무즈 해협 폐쇄 승인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의회는 이날 자국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폭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해협 봉쇄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에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오만과 이란 사이의 좁은 해협으로,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만을 연결한다. 이 해상 교통로의 폭은 3㎞에 불과하나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 및 석유를 실은 선박이 통과한다. 전 세계 석유 수송량의 5분의 1에 육박하는 규모다. 특히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이라크 등 대부분의 원유는 이 해협을 통해 아시아로 수출돼, 항로 폐쇄 시 아시아 국가 원유 수입에 직접적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영국 가디언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이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직접적 비용을 부과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협 봉쇄 시 석유 가격 급등으로 미국에 즉각적인 인플레이션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해협이 장기간 폐쇄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호주의 리서치 플랫폼인 MST 마퀴(Marquee)의 수석 에너지 분석가인 사울 카보닉은 "향후 몇 주간 시장이 전례 없는 공급 중단을 겪을 실질적인 위험이 있으며, 그 심각성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발생한 유가 충격보다 훨씬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가 상승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약 13% 오른 상태이며, 전날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 후에는 2.56% 오른 배럴당 75.73달러를 기록했다. 개장 직후에는 배럴당 78.40달러까지 치솟았다. AAA 자동차 클럽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일반 휘발유 가격 또한 갤런당 3.22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 올랐다. 미 CNN방송은 "미국이 이란 핵시설 3곳에 대한 공격 후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반갑지 않은 전망에 직면해 있다"고 짚었다.
유조선들이 2018년 12월 21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최종 결정, 하메네이 손에 달려
미국도 호르무즈 봉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압박에 나섰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과 관련 "중국 정부가 이란에 연락하기를 권한다"면서 "중국은 원유 수입을 호르무즈 해협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이란의 가장 중요한 석유 고객이자 우호국 중 하나로, 이란산(産) 원유의 90%가량을 수입하고 있다.
다만 이란이 실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단행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이란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를 수출하고 있어 이란 경제에도 '자해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공격을 강력히 비판해 온 걸프 아랍 국가들이 자국 이익을 지키기 위해 전쟁에 동참할 위험도 있다. 2018년 미국이 핵 협정 탈퇴 후 대(對)이란 경제 제재를 복원할 당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위협했으나 실행에 옮기진 않았다. 2011년과 2012년에도 유사한 위협이 제기됐으나 경고 수준에 그쳤다.
해협 봉쇄 최종 결정권을 쥔 최고국가안보회의(SNSC)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자문기구 역할을 하는 만큼 결국 하메네이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그레고리 브루 유라시아 수석 분석가는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에 "호르무즈 봉쇄 조치는 걸프 지역 국가들과 미국에 대한 효과적인 선전포고가 될 것"이라면서도 "약화된 이란이 현재 그런 종류의 긴장 고조를 추구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