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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처럼 강렬한 이야기… 드라마 발레에 빠진다

조선일보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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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로열 발레 20년 만에 내한 공연
퍼스트 솔리스트 전준혁 인터뷰
2025년 7월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영국 로열발레'더 퍼스트 갈라' 무대에 오르는 퍼스트 솔리스트 전준혁. 지난해 백조의 호수 공연 모습. /사진가 안드레 우스판스키, 로열 발레

2025년 7월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영국 로열발레'더 퍼스트 갈라' 무대에 오르는 퍼스트 솔리스트 전준혁. 지난해 백조의 호수 공연 모습. /사진가 안드레 우스판스키, 로열 발레


“강렬한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매력적이죠. 테크닉까지 완벽한 무용수들이 연기하는 연극 한 편을 보는 것 같으실 거예요.”

내달 4~6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리는 영국 로열 발레 ‘더 퍼스트 갈라’를 앞두고 전화로 만난 이 발레단 전준혁(27) 퍼스트 솔리스트에게 관람 포인트를 물었더니, 그는 주저 없이 “우리 발레단 강점은 역시 드라마 발레”라고 했다. ‘드라마 발레’란 춤의 환상적 아름다움에 집중하는 클래식 발레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춤을 언어로 삼는 극적인 감정 표현과 이야기 전달을 강조하는 발레. “프레더릭 애슈턴(1904~1988)과 케네스 맥밀런(1929~1992) 같은 ‘전설’들이 ‘마농’이나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작품을 로열 발레에서 안무해 공연했습니다. 로열 발레는 전통적으로 뛰어난 무용수들의 실력을 기본으로 춤의 조화와 연기력이 중요한 작품들에 강하죠. 강렬한 이야기의 힘에 푹 빠지실 겁니다.” 20년 만의 한국 공연에 걸맞게, 이번 갈라엔 세계 최고 발레단 중 하나인 로열 발레가 수많은 명작에서 엄선한 가장 아름다운 장면들을 한꺼번에 차려낸다. 화려한 발레 잔칫상이다.

그래픽=백형선

그래픽=백형선


◇로열 발레 해외 공연, 연 1회뿐

이례적 고속 승급을 거듭해 지난해 6월엔 퍼스트 솔리스트(수석 무용수와 수석 캐릭터 아티스트 바로 아래 등급)가 된 전준혁에게, 이번 공연은 고국의 관객 앞에서 로열 발레의 스타 무용수들과 함께 춤추는 첫 무대다. 그는 로열 발레 학교 최초의 동양인 전액 장학생(2014). 2016년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에서 서희(아메리칸발레시어터), 김기민(마린스키)에 이어 한국인 무용수 세 번째로 그랑프리를 받았고, 2017년 한국인 최초로 로열 발레에 입단했다.

“열심히 한 만큼 인정과 대우를 받는다는 게 기뻤어요. 더 좋은 배역을 받을 수 있게 된 만큼 책임감은 더 커졌고요. 이 물가 비싼 런던에서 월세 내고 나면 늘 생활비는 어떡하나 싶었는데 이제 그런 걱정은 덜었네요. 월급이 꽤 많이 올랐거든요, 하하.”

2025년 7월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영국 로열발레'더 퍼스트 갈라' 무대에 오르는 퍼스트 솔리스트 전준혁. /사진가 안드레 우스판스키, 로열 발레

2025년 7월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영국 로열발레'더 퍼스트 갈라' 무대에 오르는 퍼스트 솔리스트 전준혁. /사진가 안드레 우스판스키, 로열 발레


◇“로열 발레는 영국의 문화적 자부심”

로열 발레는 연 150~170회 정도에 달할 만큼 자국 공연 일정이 꽉 차 있다. 그동안은 전준혁도 주 6일 무대에 오를 때가 많았다. 해외 공연은 1년에 딱 한 번, 여름 휴가철에 보너스처럼 진행된다. 올해 해외 공연 목적지가 한국이란 얘길 들었을 땐 그도 놀랐다. “전막이 아닌 갈라 공연이라 단원 120여 명 중 24명밖에 못 가거든요. 이번에 빠진 동료들이 너무 아쉬워해요. 다들 한국 문화와 서울에 관심이 엄청 많아요.”

로열 발레 공연은 관광객 필수 코스일 만큼 런던에서도 뜨거운 인기다. “예컨대 ‘백조의 호수’를 30회 공연하면 그 30회를 다 보는 사회 지도층의 애호가 관객이 많아요. 외국 발레단 공연을 봐도 ‘음, 잘하네. 그래도 로열 발레가…’ 식으로 말하죠. 그만큼 로열 발레에 대한 영국인들의 자부심은 대단합니다.”


애슈턴의 ‘말괄량이 딸’, 맥밀런의 ‘마농’ 등 발레단 역사가 깃든 작품은 여전히 초연 세트를 리뉴얼해 그대로 쓴다. 전통을 중시하는 영국 대표 발레단답다. “작년 승급 뒤 애슈턴의 ‘랩소디’를 공연할 땐 전설적 발레리노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와 ‘랩소디’의 파트너로 춤췄던 선생님이 지도해주셨어요. 맥밀런 선생의 아내 분도 가끔 연습을 보러 오시고요.” 로열 발레에서 춤춘다는 건, 가끔은 ‘전설’과 함께 사는 듯한 기분이다.

◇“발레학교 동기, 새 안무작 세계 최초 공연”

전준혁은 이번 갈라 공연에서 주목하면 좋을 작품도 꼽았다. “수석 무용수 프란체스카는 약혼자 발레리노와 함께 ‘로미오와 줄리엣’의 1막 발코니 파드되(2인무)를 공연해요. 주역 되기 전부터 맥밀런 작품으로 높이 평가받은 발레리나예요. ‘마농’은 로열 발레 대표작이니 놓치지 마시고요. 나탈리아 오시포바, 후미 가네코, 바딤 문타기로프는 클래식 발레에 강점이 있는 무용수들입니다. ‘해적’과 ‘지젤’을 보여드릴 거예요. 이번엔 특히 제 발레 학교 동기이고,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조슈아 융커가 새 안무작을 세계 최초로 공연하거든요. 그 작품도 꼭 주목해주세요.”

전준혁은 ‘크로마’(안무 웨인 맥그리거)의 파드트루아(3인무)와 ‘돈키호테’, ‘백조의 호수’의 명장면으로 무대에 선다. “전막 작품 주역을 맡을 때 가장 자신 있는 건 아무래도 클래식 발레예요. 가장 해보고 싶은 작품은 맥밀런이 안무한 격정적인 드라마 발레 ‘마이얼링(Mayerling)’입니다.”


틈날 때마다 한국 시집을 읽고 필사한다. 최근엔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도 읽었다. 가장 좋아하는 책은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다. 그는 “단어 하나하나 고심해서 선택해 의미를 함축한 문장으로 가득한, 그런 작품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책 취향까지 농축된 실력과 감정을 무대에서 폭발시키는 발레를 닮았다.

4~6일 총 5회 공연, 8만~28만원.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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