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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시세대 활력 보고서] 33년 교편 잡다 공헌활동 매진 강경원씨

연합뉴스 임채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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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 '신중년 지원사업'으로 경험·전문성 살려 인생 2막 설계
"사회에서 아직 할 일 있어 보람"…전북도, 사업 지속 확대 방침
아름다운가게에서 일하는 강경원씨[촬영: 임채두 기자]

아름다운가게에서 일하는 강경원씨
[촬영: 임채두 기자]


[※ 편집자 주 = 20대부터 민주화를 이끌었던 '86세대'가 노인 인구에 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난 알아요'를 외치며 서태지와 아이들의 춤을 따라 추던 엑스(X)세대도 오십 줄에 접어들었습니다. 넘쳐나는 활력에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지만 어쩌다 보니 시니어가 된 세대, 연합뉴스는 86세대 중 처음으로 올해 노인연령(65세 이상)에 편입되는 1960년생부터 올해 50세가 되는 1975년생까지를 액티브한 시니어 세대, 즉 '액시세대'로 보고 이들의 삶을 들여다봤습니다. 액시세대가 어떤 삶을 살고 어떤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어떻게 이를 극복하는지 살펴보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액시세대의 고용, 소비, 여가 등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지 매주 일요일 소개합니다.]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나이가 들어도 이 사회에서 할 일이 있더라고요. 요즘 자기효능감이 커졌어요."

비영리 공익법인 아름다운가게에서 손을 분주하게 움직이던 강경원(63·전북 전주)씨는 일이 몰리는 와중에도 엷은 미소를 머금고 '보람'을 풀어냈다.

강씨가 아름다운가게에서 맡은 일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기부 물품에 가격표를 붙이고 종류별로 상품을 분류한다.

강씨 손을 거쳐야 비로소 소비자 앞에 내놓을 수 있는 외형을 갖춘다.


그가 이곳에서 사회공헌활동으로 보내는 시간은 대략 하루에 3시간.

강씨가 일정을 고려해 날짜와 시간도 선택할 수 있다.

"오랜 시간 한 가지 일에 얽매이지 않고 원할 때,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는 게 '신중년 사회공헌활동 지원사업'의 큰 장점"이라고 강씨는 힘줘 말했다.


전북특별자치도청이 주관하는 이 사업은 충분한 사회 경험과 전문성을 지닌 퇴직자들에게 재능 기부 형태의 사회공헌활동을 맡기는 것이다.

50∼70세의 미취업자가 대상이며 활동비도 지급한다.

직장에서 정년을 마쳤거나 명예퇴직한 이들이 아직 사회에 유익하게 쓰일 수 있다고 보고 '인생 2막'을 열어가는 데 보탬을 주는 게 사업의 목적이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강씨의 활동 반경은 계속 확장되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 내 경기전 수문장 교대식에서 관람객 질서 유지, 안전 관리, 설문 조사 등을 맡는다.

관광객들이 교대식을 보면서 전주의 역사에 흥미를 느끼면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역할도 한다.

강씨는 스스로를 '전주 홍보 대사'라고 여긴다.

아름다운가게에서 일하는 강경원씨[촬영: 임채두 기자]

아름다운가게에서 일하는 강경원씨
[촬영: 임채두 기자]


그뿐만 아니라 전주동헌(조선시대 전주부윤의 업무공간)의 건축 양식이나 공간의 의미를 관광객들에게 쉽게 설명해준다.

강씨는 "전주동헌을 둘러보는 관광객들이 있으면 눈치를 보다가 슬쩍 다가가서 이런저런 설명을 해준다"며 "'전주를 더 깊이 알게 됐다'면서 고마움을 표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강씨는 태조 이성계의 어진(왕의 초상화) 봉안 의례 재현행사 때도 참가자들에게 전통 의복을 손수 입혀주기도 했다.

33년간 기술·가정 과목으로 교편을 잡았기에 이런 역사적 배경 설명도, 의관 정제도 수월했다.

그는 1988년에 남원 인월고등학교에서 처음으로 교직에 발을 들였다가 2020년 퇴직했다.

가정을 전공했다가 기술 부전공 연수를 받아 기술·가정 과목으로 교직 생활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옛 의복이나 식생활, 역사 등에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을 갖췄다.

학교에서 보낸 세월이 퇴직 후에도 꽤 유용했다.

강씨는 "30년이 넘도록 학생들에게 가르치던 거라 저에게는 너무 쉬운데 우리의 옛것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많다"며 "현장에 투입되기 전 교육을 받는다고 해도 피상적이라 33년 교직 생활은 제 퇴직 후 삶에 큰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신중년 사회공헌활동 지원사업이 전공을 살려줄 뿐 아니라 "노년의 삶을 알차게 가꿔줘서 뿌듯하다"며 밝게 웃었다.

정년퇴직, 명예퇴직을 한 분들이 모여 짧은 시간이나마 함께 모여 일하고 대화하면서 일상을 나누는 게 삶의 활력이 된다는 만족감이다.

더군다나 현직일 때처럼 '프로'로서 느끼는 압박감도 없어 홀가분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어울리면서 돈도 벌 수 있어서 일거양득이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최근에는 이 사업에 참여를 희망하는 신중년들이 늘고 있다는 게 강씨의 말이다.

강씨는 "퇴직 후에도 20∼30년을 더 살아가야 하는데 등산이나 여행을 다니는 것도 잠시뿐, 사회에서 역할을 찾아야 한다"며 "너무 욕심은 내지 않고 생활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수준에서의 활동은 참 유익하다. 사회공헌활동이어서 의미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업을 담당하는 유봉희 전북도 일자리정책팀장은 "퇴직자의 경험과 전문성을 사회공헌활동에 활용,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게 이 사업의 목적"이라며 "추후 예산을 증액해 사업 참여자 수를 늘리고 참가자들의 희망에 따라 활동 분야도 다양화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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