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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작가 장자샹 “대만어 창작은 정체성 보여주는 것”

헤럴드경제 김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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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음악 병행…한국 첫 방문
‘밤의 신이 내려온다’서 2.28 시위 다뤄
장자샹 작가가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인터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민음사]

장자샹 작가가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인터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민음사]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타이완의 교육 시스템을 보면 보통어라고 하는 표준 중국어로 교육을 시킵니다. 아무리 어렸을 때 모국어를 가진 사람도 공부를 많이 하면 할수록 모국어를 잊어버리게 됩니다. 저는 소설에서 우리도 정체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타이완에는 민남어, 네덜란드어, 대만 원주민어 등이 혼합된 대만어가 존재하지만, 표준 중국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기 때문에 공식 석상에선 거의 쓰이지 않는다. 작가들도 대부분 중국어로 창작 활동을 하고, 대만어로 쓰는 경우는 드물다.

글과 음악을 병행하는 ‘젊은 천재’ 장자샹(32) 작가도 동년배들과 마찬가지로 대만어를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리더를 맞고 있는 인디밴드 ‘좡커런’이 2022년 발표한 앨범 ‘야관순장(夜官巡場)’의 가사와 이듬해 펴낸 동명의 소설을 대만어로 썼다. 이 소설은 최근 한국에도 ‘밤의 신이 내려온다’(민음사)라는 제목으로 번역본이 출간됐다.

‘서울국제도서전’ 참석 차 한국에 처음 방문한 장자샹은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오크우드프리미어호텔 코엑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작품 세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타이완에는 민남어를 쓰는 사람도 있고, 베트남어를 쓰는 이민자도 있지만 공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차츰 모국어를 상실하게 된다”며 “우리가 살아 온 고향과 멀어지면 ‘우리가 어디서 왔는가’라는 근본과도 멀어지게 되기 때문에 다시 우리의 정체성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대만어로 창작을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고향의 모습과 소리를 찾고 싶었다”며 “문학 창작이나 음악을 만들 때도 전체 시간 중 약 70%를 고향의 원래 모습이 어땠는지 자료를 찾는 데 사용하며 정체성 찾기에 매우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자샹 작가의 데뷔작인 장편소설 ‘밤의 신이 내려온다’는 타이완의 시골 자이현 민슝에 사는 어린 소년이 귀신과 신을 보는 또래 소녀 저우메이후이와 함께 영적인 사건들을 겪는 이야기다.

밤의 신인 야신(夜神)이 억울한 사연을 품고 죽어간 초라한 귀신들을 데리고 세상에 행차한다. 괴력난신(怪力亂神)의 이야기 속에는 타이완의 아픈 역사인 ‘2.28 시위’가 배경으로 담겨 있다.

2.28 시위는 1947년 2월 28일 ‘대만 독립’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타이완인들을 중국 본토에서 건너온 장제스 정부가 무력 진압해 2만8000명 가량의 타이완인들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이후 1959년부터 1987년까지 28년 동안 계엄이 실시됐고, 수시로 백색 테러가 일어나 많은 이들이 투옥되거나 사망했다.


장자샹 작가가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오크우드프리미어호텔 코엑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민음사]

장자샹 작가가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오크우드프리미어호텔 코엑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민음사]



장자샹 작가는 “2.28은 단순히 하나의 사건이라기보다 오늘날까지 대만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한 세대의 개성과 정체성의 변화까지 일으켰다”며 “너무나 고통스러운 기억이기 때문에 대부분 가정에서 2.28 사건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그래서 저희 세대에는 낯설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가 왜 이 세상에 왔는지, 타이완은 무엇인지 정체성에 대해 꼭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2.28 사건이 타이완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시작한 사건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에서 귀신을 다룬 것에 대해선 “대만에는 오래 전부터 귀신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최근 몇 년 동안에는 귀신 이야기나 괴담을 정리하는 정리하는 작업도 계속 이뤄졌다”며 “귀신이란 것은 타이완의 중요한 정체성을 이루는 한 요소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장자샹 작가는 ‘밤의 신이 내려온다’로 2023년 타이완의 양대 문학상인 금전상을 받으며 신예로 떠올랐다.

그는 글을 쓰면서 밴드의 리더 겸 보컬로도 활동하고 있다. 소설과 음악이 서로 영향을 주며 창작에 힘을 더한다고 한다.

장자샹은 “소설을 쓰는 것과 동시에 노래를 만드는데, 음악과 소설이 상호 작용을 하고 있다. 소설 첫 장절을 쓰고 바로 노래 창작을 하고, 그 노래 가사가 소설의 그 다음 장절에 영향을 미치며 계속 써내려가는 식”이라고 부연했다.

차기작도 소설과 음악이 함께 나올 예정이며 귀신이 등장한다고 한다.

그는 “한국 도서전은 대만과 다르게 전체적으로 통일감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또 “K-드라마와 K-팝은 대만에서 인기가 많다. 한국 문화 콘텐츠는 고유한 스타일을 갖고 있으면서도 세계적으로 유행한다는 점에서 대단하다”며 “한국 역사 중에는 광주 사태를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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