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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에 모기떼가 붙어 있다.[X(구 트위터) 갈무리] |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꼭 자려고 불 끄고 누우면 난리”
여름철의 큰 골칫거리 중 하나인 ‘모기’. 그렇지 않아도 더위로 잠을 설치는 여름, 불만 끄면 귓가를 울려대는 ‘윙~’ 소리에 밤잠을 못 이루기 일쑤다.
주목할 점은 모기의 습격이 올해 ‘역대급’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 기후변화로 인해 일찌감치 날씨가 더워지며, 최적의 모기 번식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모기는 단순히 귀찮은 존재 그 이상이다. 생명을 위협하는 각종 감염병을 전파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기 때문.
일각에서는 지금처럼 기온 상승이 지속될 경우, 연중 내내 모기로 출몰로 인한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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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게티이미지뱅크] |
서울특별시는 지난 5월 11일부터 24일까지 모기 감시 체계를 통해 수집한 모기 출몰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에 따르면 같은 기간 채집된 모기 수는 2만129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6651마리)보다 20.9% 증가했다.
이는 곧 모기가 출몰하는 시기가 빨라졌다는 얘기.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봄철(3~5월)의 전국 평균기온은 12.5도로 평년보다 0.6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다 소규모의 비가 자주 내리며, 강수일수가 늘었다. 고온다습한 기후에서 활발히 번식하는 모기에게 최적화된 날씨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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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에서 한 시민이 손으로 비를 막으며 뛰어가고 있다.[연합] |
실제 서울시의 수변부(물 주변) 모기 활동 지수는 지난 5월 21일부터 4일 연속으로 100을 기록했다. 해당 지수 온도, 습도, 강수량, 채집한 모기 수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산출한 수치다. 지수가 100에 가까울수록 모기의 활동이 왕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5월부터 일찌감치 왕성한 번식을 시작했다는 것.
모기는 주된 번식지인 수변 지역에서 비롯돼, 1~2주 만에 도심 및 거주지로 번져 나간다. 이를 고려하면, 5월에 자라난 모기들은 6월부터 본격적으로 거주지에 나타나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지난 6월 4일 주거지 기준 모기 지수는 12.7이었지만, 15일 기준 48까지 치솟으며 3배가량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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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충망에 모기떼가 붙어 있다.[X(구 트위터) 갈무리] |
이게 끝이 아니다. 최근 장마가 시작되며, 모기 번식은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전망에 따르면 6월 강수량은 평년보다 많거나 같을 확률이 80%가량인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장마 초기에 강수량이 높을 경우, 물웅덩이를 서식지로 삼는 모기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7월과 8월에 비가 유난히 많이 올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적정 수준 이상의 강우가 오면, 알과 유충이 고인 물이 씻겨 내려가 개체수 억제를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7~8월 강우량은 70% 확률로 평년과 같거나 적을 것으로 보인다. 한 마디로, 봄에 이어 올여름 또한 모기 번식에 최적화된 날씨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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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세종대로사거리에서 손수건을 머리에 얹은 시민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연합] |
다만 극심한 폭염이 지속될 경우 모기의 개체 수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역대급 더위’로 기록된 지난해 7~8월 채집된 모기 개체수는 총 4990마리로 2020~2022년(5972마리)과 비교해 2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 30도 이상에서 활동이 약해지는 모기의 특성 덕분이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검. 폭염이 장기화하면 가을 또한 더워진다. 여름이 끝나고, 모기가 사라져야 할 시기에 되레 모기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8월 말에 채집된 모기 개체수는 725마리로 2020~2022년 평균(583마리)과 비교해 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11월까지도 모기가 기승을 부리며, 방역 활동이 지속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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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말까지도 기승을 부리는 모기.[독자 제공] |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기온상승으로 인해 모기 출몰 시기가 확대될 경우, 모기로 인한 각종 전염병이 토착화될 우려가 있다. 모기가 뎅기열, 말라리아, 일본뇌염 바이러스 등을 옮길 수 있는 기간이 늘기 때문이다. 아울러 따뜻한 환경에서는 모기 몸속에 든 바이러스가 더 빨리 증식한다. 이에 전파 능력을 갖추는 ‘잠복기’가 짧아져 전염 가능성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