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넷플릭스 구독하시나요? 전 세계 구독자 수 3억명을 이미 돌파했건만 넷플릭스는 여전히 성장을 멈출 줄 모르는데요. 요즘엔 집에 TV가 있어도 방송 채널이 아니라 넷플릭스나 유튜브만 본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죠.
혹시 이러다가 언젠가는 MBC나 SBS 같은 지상파 방송도 넷플릭스로 아예 들어가 버리는 게 아닐까요? 설마라고 하기엔 이미 시작된 흐름입니다. 최근 프랑스 최대 민간 방송사 TF1이 모든 채널의 실시간 방송을 넷플릭스에 제공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TV 방송의 시대가 이렇게 저무는 건가 싶은 역사적인 계약인데요. TV가 된 넷플릭스를 딥다이브 해보겠습니다.
*이 기사는 6월 2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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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방송을 넷플릭스에서?
“TV 방송은 아마 2030년까지만 지속될 겁니다. TV 방송은 말과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말은 자동차가 등장하기 전까진 훌륭했죠.”
혹시 이러다가 언젠가는 MBC나 SBS 같은 지상파 방송도 넷플릭스로 아예 들어가 버리는 게 아닐까요? 설마라고 하기엔 이미 시작된 흐름입니다. 최근 프랑스 최대 민간 방송사 TF1이 모든 채널의 실시간 방송을 넷플릭스에 제공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TV 방송의 시대가 이렇게 저무는 건가 싶은 역사적인 계약인데요. TV가 된 넷플릭스를 딥다이브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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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점점 ‘TV 방송화’되고 있다. 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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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방송을 넷플릭스에서?
“TV 방송은 아마 2030년까지만 지속될 겁니다. TV 방송은 말과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말은 자동차가 등장하기 전까진 훌륭했죠.”
2014년 넷플릭스 공동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가 했던 말입니다. 왜 2030년인지에 대한 근거는 딱히 없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조금 과장된 미래 예측처럼 보였는데요.
그리고 2025년. 헤이스팅스가 얘기했던 말과 자동차의 순간인가 싶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6월 18일 넷플릭스가 프랑스 최대 민간 방송사 TF1 그룹의 5개 실시간 채널을 2026년 여름부터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하는 계약을 맺은 겁니다. 드라마, 예능은 물론 스포츠 생중계와 뉴스까지. TF1 그룹의 모든 방송(광고 포함)을 실시간으로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게 되는 거죠. 다시보기도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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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최대 민영 방송국 TF1의 인기 드라마 브로셀리앙드의 이미지. 2026년 여름부터 TF1의 5개 채널을 통해 방송되는 모든 실시간 방송(스포츠 중계 포함)을 넷플릭스에서 그대로 볼 수 있게 된다. TF1 홈페이지 |
사실상 방송국이 통째로 넷플릭스에 입점하는 셈인데요. 이런 형태의 계약은 세계 최초라고 합니다. TF1의 로돌프 벨머 최고경영자는 이를 두고 “진정으로 보완적인” 파트너십이라고 강조합니다. 넷플릭스는 새로운 라이브 콘텐츠를 얻고, TF1은 더 많은 시청자를 얻게 되니 윈윈이란 주장이죠.
양측은 구체적인 계약 조건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넷플릭스를 통해 TF1 방송을 보는 사람이 얼마냐에 따라 방송 광고 수익을 나눌 걸로 추정되는데요. TF1 측은 이번 계약으로 자사 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보는 시청자 수가 크게 늘어날 거고, 그럼 그만큼 더 많은 광고가 붙어서 수익이 늘어날 거라고 기대합니다. 프랑스에서 넷플릭스 구독자 수는 이미 1200만명이 넘으니까요. “이 거래가 시청률 측면에서 우리에게 분명히 긍정적일 겁니다.”(로돌프 벨머 TF1 CEO)
하지만 궁금합니다. TF1의 실시간 방송이 전부 넷플릭스에 들어간다면, TF1의 본래 채널은 더욱 황폐해지는 건 아닐까요? 만약 자체 채널이 확 쪼그라들고 넷플릭스 의존도가 커진다면, 그래도 여전히 윈윈인 걸까요? 이 거래는 넷플릭스가 방송사를 삼킨 걸까요, 아니면 방송사가 넷플릭스에 깃발을 꽂은 걸까요.
스포츠 생중계를 탐내는 이유
비디오 대여 서비스로 출발해 스트리밍 시대를 연 넷플릭스. 2011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어 업계를 놀라게 했죠. 당시 다들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큰 도박”이라고 평가했는데요. 2013년 공개된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시리즈는 기대를 뛰어넘는 대성공을 거뒀고요. 이를 계기로 넷플릭스는 위상이 달라집니다. 이후 거액의 제작비를 들인, 다양한 문화권에서 제작된 오리지널 콘텐츠는 넷플릭스 확장 전략의 핵심 축이었는데요.
여전히 ‘오징어게임 시즌3’ 같은 대작 드라마 제작은 이어집니다. 새로운 기대작이 공개될 때마다 구독자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도 여전하죠. 하지만 이전엔 없던 게 새로운 흐름이 눈에 띕니다. 넷플릭스가 기존 방송사의 오랜 영역을 넘보기 시작했죠. 대표적인 게 스포츠 중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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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타이슨이 2024년 11월 14일 제이크 폴과의 경기를 앞두고 체중 측정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이날 경기는 전 세계에서 최대 6500만명이 동시 시청하는 기록을 썼다. AP 뉴시스 |
지난해 11월 넷플릭스가 마이크 타이슨과 제이크 폴이 맞붙은 초대형 복싱 이벤트를 생중계했죠. 비록 중계는 잦은 버퍼링으로 팬들을 짜증 나게 만들긴 했지만, 전 세계 최대 6500만명 동시 시청(총 라이브 시청자 수 1억800만명)이란 놀라운 기록을 썼습니다. 넷플릭스 브랜든 리그 부사장은 “시청자 수는 우리가 상상한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고 감탄했죠.
이어진 넷플릭스의 NFL 크리스마스 경기 독점 생중계 역시 최대 동시 시청자 수 2700만명을 찍었죠. 참고로 넷플릭스는 NFL 한 경기당 중계료로 7500만 달러(약 1032억원)를 지불했다는데요. 엄청난 금액이지만 ‘기묘한이야기 시즌4’(총 9부작) 편당 제작비가 3000만 달러(413억원)였다는 걸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놀랍진 않죠. 경기 중간에 들어가는 광고가 완판됐으니, 넷플릭스가 얻은 광고 수익도 상당했을 거고요.
올해 넷플릭스는 스포츠 중계 부문에서 큰 도약을 이뤘습니다. 1월부터 넷플릭스에서 WWE 프로레슬링 경기 ‘Raw’를 생중계하고 있죠. 독점 중계권의 10년 계약 금액은 50억 달러(약 6조9000억원). 넷플릭스 측은 “그동안 제작한 대형 영화 투자 예산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합리적인 투자라고 설명합니다. 무엇보다 광고를 붙일 만한 라이브 방송을 늘리려는 넷플릭스와 새로운 시청자를 끌어들여야 하는 WWE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