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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가 20일 서울 용산구 주한이란이슬람공화국대사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6.20. photocdj@newsis.com |
[서울=뉴시스] 김난영 기자 =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2주'의 협상 시한 수용 불가 방침을 확인했다. 이번 중동 사태가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강조했다.
"트럼프 '2주 시한', 이스라엘과의 공모…수용 못 해"
쿠제치 대사는 20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이슬람공화국 대사관에서 진행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2주의 시한은 전쟁을 조장하는 정권(이스라엘)과의 공모이자 침략에 대한 동조"라고 규정했다.
그는 "미국은 중동 지역의 평화 유지라는 본연의 역할에 반(反)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전적으로 네타냐후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 국민에게 커다란 수치"라고 했다.
이런 맥락에서 사실상 최후통첩으로 해석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2주 시한'을 "단호히 거부한다"며 "우리는 국민과 국가를 지키기 위해 전력을 다해 방어할 것이며, 어떤 위협에도 상응하는 대응을 할 준비가 됐다"라고 말했다.
미사일 재고 등 향후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대비 상태에 관해서는 "우리는 이제 막 신형 미사일의 사용을 시작한 단계"라며 "장기적 분쟁에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만큼의 미사일 비축량을 확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실제 군사 개입할 경우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은 중동 내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비롯해 중동 내 미군 기지 공격 등이 이란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쿠제치 대사는 이와 관련해 "원칙적으로 모든 가능성은 존재한다"라며 "전쟁의 범위가 확대되면 많은 사안이 예측 불가능해진다. 우리는 우리 국민과 국가를 방어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습적 공습 이후 "美 진정성에 의문"…그럼에도 "대화 의지"
이란은 미국이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기습적인 공습을 승인하고 사실상 일부 지원했다고 보고 있다. 향후 협상 파트너로 미국을 신뢰하는지 묻자 대사는 "매우 어려운 질문"이라며 "미국의 진정성에 의문을 갖고 있다"라고 답했다.
특히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선거 과정에서 내세운 '무의미한 전쟁 종식' 구호와 명백하게 상충한다"라며 "미국은 중동의 안정을 위해 역량을 활용하기보다 정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 배경에는 이스라엘의 로비가 있다고 봤다. 쿠제치 대사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는 구호가 이스라엘 우선주의로 바뀐 듯한 모습"이라며 "미국 내 시온주의 로비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이스라엘의 로비로 미국의 국익이 위협받고 미국 납세자의 돈이 이스라엘 정권에 사용된다는 것이다. 쿠제치 대사는 "네타냐후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미국 군인의 생명까지 이용하려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협상의 의지는 피력했다. 그는 "우리는 언제나 외교적 해법과 역량을 통해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와 오해를 해소하고자 노력해 왔다"라고 역설했다. 다만 위협이나 압박에 따른 협상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