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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의 그림자 비서관 김현지… 대통령실 인사는 그로 통한다

조선일보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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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의 그림자 비서관’ 김현지
일러스트=박상훈

일러스트=박상훈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보름이 넘도록 대통령실 곳곳에서는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 “직원 뽑는 속도가 더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비서실 직제에 따르면 대통령실 정원은 443명인데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아직 거의 절반쯤 비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안팎의 시선은 ‘이재명의 그림자 비서관’으로 불리는 김현지 총무비서관에게 향하고 있다. 김 비서관의 깐깐한 ‘검증’ 때문에 직원 충원이 늦어진다는 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비서관을 통하지 않으면 수석이나 비서관도 행정관 한 명 사무실에 들이기가 쉽지 않다”며 “만사현(김현지)통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과 동시에 김 비서관은 총무비서관으로 대통령실에 입성했다.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실 살림살이와 행정 전반을 담당하기 때문에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이 가장 신뢰한다는 인사가 맡았다.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실 2급 이하 행정관 인사에 관여할 수 있다. 문재인 청와대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힘센 총무비서관이 도장을 안 찍어주면 행정관 인사는 못 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대통령실에 지원한 국회 보좌진이 적지 않았는데 그들 사이에 “추천은 들어갔는데 김현지 비서관 앞에서 막혔다더라”는 말이 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비서관이 인사에서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는 말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총선 때는 여러 공천 후보자가 검증 과정에서 김 비서관 선에서 걸러졌다는 얘기가 돌았다. 대선 캠프 때도 김 비서관이 캠프 실무진 구성을 진두지휘했고 대선 직후 대통령실에 함께 들어갈 ‘선발대’ 명단을 직접 짜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비서관이 ‘오케이(OK)’를 해야 자리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정설이었다”고 했다.

이런 얘기들에 대해 대통령실은 “과장되고 왜곡된 허언들”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인선 작업이 늦어지는 건 검증이 어느 기관보다 더 세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이지 김 비서관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김 비서관은 최근 주변에 “새벽에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바쁘다”며 “다들 정신없이 일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김 비서관에 대한 이 대통령 신뢰가 워낙 깊다”며 “현 대통령실에서 김 비서관의 존재감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했다. 김 비서관은 이 대통령이 성남에서 시민운동을 할 때부터 함께한 30년 넘는 ‘동지’이자 최측근이다. 이 대통령의 가장 오래된 측근 그룹인 ‘성남·경기 라인’에서도 핵심이다. 이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인 1998년 성남시민모임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는데 김 비서관은 이 단체 사무국장을 맡았다. 이 대통령이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됐을 때 김 비서관은 인수위 간사로 활동했고 이후 성남시 지원을 받는 비영리단체 ‘성남의제 21’ 사무국장을 맡았다.


김 비서관은 이 대통령이 경기지사에 당선된 뒤 경기도청 비서실에 합류했다. 공무원으로 신분이 바뀌었지만 ‘그림자 참모’를 자처하며 정무 현안은 물론 이 대통령의 사적인 업무까지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2022년 대선 직후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된 뒤로는 의원실 보좌관을 맡았다. 여의도에서 활동하게 된 김 비서관은 사진이 찍힐 만한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블라인드가 쳐진 의원실 안에만 있었고, 밖에서 밥을 먹는 모습도 거의 목격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그림자 보좌관’으로 불렸다.

김 비서관의 역할은 이 대통령이 각종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서 더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경기 라인’의 또 다른 핵심인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대장동 사건 등으로 재판을 받게 되면서 사법 리스크 대응과 정무 현안이 김 비서관 담당이 됐다는 것이다. 2022년 9월 검찰이 이 대통령의 소환 조사를 통보했을 때, 김 비서관이 이 대통령에게 “전쟁입니다”라고 보낸 문자 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이 대통령 사건 변호에 참여했던 한 법조인은 “여러 사건의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꿰고 있는 건 김 비서관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 비서관의 역할이 큰 만큼 ‘문고리 실세’ 논란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과 가까운 한 인사는 “김 비서관이 권력욕을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오랜 시간 신뢰를 받는 것”이라며 “김 비서관도 ‘나는 그냥 참모’라고만 한다”고 했다. 다른 인사도 “김 비서관은 같이 일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자기 라인을 형성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실 예산, 인사, 운영 등 행정 전반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예산 배정과 조직 개편, 실무진 인사 등의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에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주로 임명됐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박 전 대통령 보좌관 출신인 이재만씨가, 윤석열 정부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대검 운영지원과장을 지낸 윤재순씨가 맡았다.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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