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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에서 도태된 후 분노·질시… 청년이 보수·극우화되는 과정

매일경제 김형주 기자(livebythes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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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청년의 심리적 탄생
김현수 지음, 클라우드나인 펴냄, 2만원

극우 청년의 심리적 탄생 김현수 지음, 클라우드나인 펴냄, 2만원

허수아비 때리기 오류(straw man fallacy)는 유사해 보이지만 다른 명제로 상대의 입장을 대체한 뒤 그 명제를 반박해 공격하는 것을 말한다. 원래 대상은 반박되지 않기에 부당한 논증이며 논쟁 관전자를 속여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주로 사용된다.

정신과 의사 김현수는 신간 '극우 청년의 심리적 탄생'에서 자신이 진료한 정신질환자들과 미국의 백인 빈곤층이 '극우화'되는 심리를 분석해 한국 청년이 보수화되는 이유를 제시한다.

책에 소개되는 '극우' 정신질환자들의 상태는 우려스럽다. 학창 시절부터 경쟁에서 도태된 그들은 자신의 실패를 여성, 외국인, 엘리트 탓으로 돌리고 "다 망했으면, 죽었으면, 소멸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할 만큼 반사회적이다. 책이 묘사하는 미국인들 역시 분노에 차 있다. 좌파와 이민자, 동성애자, 유색인종을 증오하고, 사회 시스템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며, 지도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더 부추긴다. 저자는 미국의 극우화를 지위 위협 이론, 약한 남성 이론 등을 동원해 설명한다. 백인, 남성, 기독교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미국인들이 자신의 지위가 위협받는다고 느껴 '극우'가 된다는 것이다. 또 남성 중심적 문화에서 남성성이 약해 무시받는 남자들은 만만한 존재인 여성과 성소수자를 억압하는 데 열중하게 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가 극우라는 프레임을 부당하게 확장하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저자는 앞서 정신질환자와 미국 빈곤층에게 수행한 분석을 한국의 보수 성향 청년에게 대입한다. 경쟁에서 여성이나 다른 인종에게 도태되지 않았고, 반사회적이지도 않으며 '에겐남'(여성적인 남성)이 유행하는 등 마초적 남성성을 추구하지도 않는 한국 청년을 미국 빈곤층과 동일하게 취급한다.

허수아비 때리기 같은 논증 오류는 생각이 다른 타인을 존중하고 이해하려 하지 않을 때, 감정이 고조되는 정치적 이슈를 다룰 때 자주 발생한다. 사회 갈등이 극심해진 시대에 포용적 논쟁의 중요성을 곱씹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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