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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숨진 3년 전 그날…"비 올 때마다 불안" 반지하 침수 우려 '여전'

머니투데이 민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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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반복되는 폭우 피해, 올해는?②장마 예보에 '3년 전 악몽' 떠오른 반지하 주민들

[편집자주] 장마철이 시작됐다. 폭우 피해가 우려된다. 매년 반복된다. 올해는 더욱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불 피해 지역이 폭우에 더욱 취약해서다.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하자마자 재해 예방을 강조했다. 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 방안을 꼼꼼히 챙길 필요가 있다.

지난 12일 최홍숙씨의 반지하 자택 창문에는 차수판이 설치돼 있다./사진=이현수 기자.

지난 12일 최홍숙씨의 반지하 자택 창문에는 차수판이 설치돼 있다./사진=이현수 기자.



"비만 오면 집이 잠길까 봐 불안하고 초조하죠."

서울 관악구 신사동 주민 김모씨(68)는 장마철이 다가오면 3년 전 끔찍한 하루가 떠오른다. 빌라 반지하에 사는 김씨는 2022년 신사동으로 이사 온 첫해 집중호우를 경험했다. 그해 8월8일 서울엔 시간당 141.5㎜에 달하는 물 폭탄이 쏟아졌다. 김씨의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한 빌라에선 빗물에 잠겨 일가족 3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3년이 흘렀지만, 악몽 같은 기억은 잊히지 않았다. 최근 본지와 만난 김씨는 "온 집안이 물에 잠겼다. 참담했고 당장 집을 내놓고 나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2년째 반지하에서 거주 중인 최홍숙씨(82)도 침수 불안에 떨었다. 최씨는 "장마가 오면 물이 더 많이 샐 것 같아 걱정"이라며 "침수 우려는 항상 있으니 (이번 장마철에도)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와 같은 동네에 사는 양모씨(64)는 올봄 아찔한 경험을 했다. 양씨는 "지난달에도 비가 많이 내릴 때 물이 집으로 들어오려고 해서 깜짝 놀랐다"며 "확인해보니 현관문 바로 앞 하수구 구멍이 막혀 있었다"고 말했다.

관악구는 구조적으로 장마에 취약한 반지하 주택이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지역이다. 전문가들은 지대가 낮고 포장된 도로 옆 빗물이 흘러들어오는 창문이 있을 경우 침수 가능성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여러번의 포장 공사를 거치면서 도로 높이가 높아지고, 포장도로일수록 흙길보다 빗물 침투성이 낮아 도로 양쪽으로 빗물이 모여 흐르게 된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도로와 창문 사이 턱이 있다면 물이 삽시간에 들어가는 걸 지체시킬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침투성이 낮고 점점 높아지는 도로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관악구, 대부분 반지하에 차수판 설치… "근본 대책은 아냐"

관악구 반지하 창문엔 차수판이 쉽게 발견된다. 현관문에는 사람이 드나들어야 하므로 필요에 따라 차수판을 끼울 수 있는 '지주'만 있다. 구청은 아직 차수판을 설치하지 않은 가구에는 이달까지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사진은 최홍숙씨 집안 현관문에 설치된 지주 모습./사진=이현수 기자.

관악구 반지하 창문엔 차수판이 쉽게 발견된다. 현관문에는 사람이 드나들어야 하므로 필요에 따라 차수판을 끼울 수 있는 '지주'만 있다. 구청은 아직 차수판을 설치하지 않은 가구에는 이달까지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사진은 최홍숙씨 집안 현관문에 설치된 지주 모습./사진=이현수 기자.



관악구는 폭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차수판을 설치하고 있다. 이미 반지하 및 침수 우려 주택 6400여가구에 침수 방지시설 설치를 전부 완료했다. 관악구는 올해 13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노후 하수관로 7.6㎞ 구간을 정비하고, 빗물받이 2만7655개소에 연 2회 이상(취약지역 4회 이상) 집중 준설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장마에 앞서 본지가 둘러본 관악구 반지하 주택은 대부분 침수를 막기 위한 차수판이 설치된 상태였다. 다만 차수판 높이는 성인 무릎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차수판이 침수 피해를 예방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수판 높이 이상으로 비가 내리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또 출입이 잦은 현관문에는 차수판을 매번 설치할 수 없어 갑작스럽게 물이 들어올 가능성도 생긴다. 실제로 비오기 전 관악구 일부 주택 현관문에는 차수판이 빠져 있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차수판을 능가하는 비가 내릴 경우 침수 우려가 있다"며 "침수가 예상되면 반지하 거주민을 경로당이나 마을 회관 등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오히려 더 실효성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반지하가 침수가 안 되는 이유는 배수 시스템이 잘 안 돼 있기 때문인데, 지자체가 배수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차수판에만 의지하기보단 반지하 거주민이 추가로 침수에 대비할 필요성도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집중 호우가 예보되면 가재도구를 미리 옮겨놓고 차수판을 설치할 수 없는 곳엔 모래주머니를 쌓아놔 물이 들어오는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이현수 기자 lhs1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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