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운데 삼양식품 빠르게 치고 나갔다. 삼양식품은 현재 대표 브랜드 '불닭볶음면'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며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다. 농심은 속도보다 기반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대규모 물류 인프라 구축을 통해 중장기적인 해외 공급망을 다지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오뚜기와 팔도는 각각 신시장 개척과 틈새 공략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다.
삼양식품은 불닭 시리즈의 글로벌 흥행을 발판으로 해외 매출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77%를 해외에서 올렸으며, 2024년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65% 이상 증가해 1조3000억원을 돌파했다.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인프라도 공격적으로 확충했다. 최근 준공한 밀양 제2공장을 포함하면, 삼양식품의 연간 라면 생산능력은 총 28억 개에 이른다. 이 공장에는 스마트팩토리 시스템도 도입돼 품질 안정성과 생산 효율성 모두를 끌어올렸다.
실적과 함께 주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19일 기준, 삼양식품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127만6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단일 브랜드 중심의 성과지만, 강력한 지식재산(IP)과 브랜드 충성도를 기반으로 장기 성장의 동력까지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농심은 속도보다 기반에 초점을 맞췄다. 최근 울산에 2290억원을 들여 수출형 물류센터 건설에 들어갔다.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이 센터는 향후 글로벌 공급망 대응의 핵심 거점이 될 전망이다. 당장 수출 실적에 영향을 주긴 어렵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물류 효율성과 시장 확장성을 높일 수 있다.
농심의 현재 해외 매출 비중은 40% 수준으로, 2030년까지 6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농심은 미국·중국·일본을 포함한 기존 거점에서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유럽법인 설립 등으로 신시장 진출에도 나서고 있다. 국내서 브랜드 신뢰도가 높다는 점도 강점이다.
오뚜기는 내수 강자의 이미지를 벗기 위한 시도를 본격화했다. 지난해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은 10%에 불과하지만, 2028년까지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 울산에 물류센터를 건립 중이며, 미국 현지 공장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베트남에는 할랄 전용 생산시설을 구축해 무슬림 소비자 공략에도 나섰다. 조직 개편과 유통망 재정비를 병행하며, 전통적인 식품 강자로서의 입지를 글로벌 무대에서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팔도는 특화 전략으로 틈새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러시아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현지에서 판매 중인 '도시락' 브랜드는 시장 점유율 약 60%로 국민라면 반열에 올랐다. 1991년 진출 이후 꾸준히 현지 생산 체제를 유지해온 결과다. 이외에도 베트남에 제2공장을 세워 동남아 수출 거점으로 활용하고,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를 겨냥한 할랄 인증 제품 라인업도 확대 중이다.
라면 수출 경쟁이 격화되는 또 다른 배경에는 원가 압박과 내수 시장 정체라는 공통 과제가 있다. 밀 가격 상승, 에너지 비용 증가, 환율 불안정 등 복합적인 요인이 생산원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라면값 2000원' 발언까지 맞물리며 가격 인상에 대한 사회적 압박도 커졌다.
또 국내 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가격 인상만으로는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다.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특히 동남아와 중동 지역은 한류 콘텐츠를 기반으로 K-라면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대표적인 수출 유망지로 꼽힌다. 'K-콘텐츠 연계형 식품'이라는 특성을 가진 만큼, 앞으로도 수출 성장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관세 장벽, 현지 규제, 물류 변수 등은 여전히 장애물이다. 특히 미·중 무역 갈등, 각국의 식품 수입 규제 강화 흐름은 수출 확대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삼양식품처럼 빠른 시장 선점을 이룬 기업도 브랜드 포트폴리오 확대와 현지화 전략 없이는 지속 성장을 담보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농심, 오뚜기, 팔도 역시 생산과 유통 체계까지 내재화하지 않으면 장기적인 글로벌 경쟁력 확보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금은 '해외 사업의 구조적 전환'이 더 중요한 시점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제 라면은 단순한 식품이 아니라 콘텐츠로 소비되는 시대"라며 "누가 빠르게 글로벌 공급망과 브랜드 충성도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향후 시장 판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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