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일사일언] 넉 달간의 ‘애국 항해’

조선일보 이승하 시인·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원문보기
6월 15일은 제1연평해전 승전 기념일이다. 2018년에 연구년을 받아 해군 종군 작가단의 후신 NAVY 문인클럽의 일원으로 해사 생도들과 동고동락하며 항해한 적이 있었다. 9월 7일 진해항에서 구축함 충무공이순신함과 군수 지원함 대청함이 순항 훈련기를 올리고 출항하였다. 해군의 순항 훈련은 1954년에 처음 행한 이후 그해에 65회 실시했다. 항해 일자 102일은 최장(기항 33일을 합쳐 총 135일)을 기록했고 전체 항로 6만㎞도 최장이었다. 총 10국 12항구를 방문하는 엄청난 항로다.

제73기 사관생도들은 항해 시 훈련을 계속 받았다. 중심이 되는 훈련은 전투 배치 훈련과 손상 통제 훈련이다. 손상은 적의 공격을 받거나 내부에 화재 등 손상이 일어났을 때 대처하는 훈련이다. 훈련이기에 “훈련! 전투 배치! 훈련!”을 외치며 부산히 뛰어다니는 생도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인명 구조 훈련, 신호문 송수신 훈련을 받기도 했다. 일일 작전 현황 보고법도 배우고 장비 관리법도 배웠다. 매번 발표 태도와 실습 태도도 평가하니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이런 모든 과정을 통해 생도들은 명예·헌신·용기라는 해군정신을 배우는 것이다. 훈련전단장이 추석 다음 날 함상 음악회 ‘별이 빛나는 밤에’ 행사 때 해준 말이 인상적이었다. “저는 내년 1월 19일 이 배가 진해항에 입항해 여러분 모두 아무 탈 없이 가족 품에 안길 때까지 모두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두 함정에 나눠 탄 인원은 크게 세 부류다. 149명 해사생도가 순항 훈련의 중심축이다. 이들을 훈련시키고 관리하는 편승 요원이 전단장 이하 150여 명에 이른다. 이 인원에는 생도를 가르치는 교관 및 군악대, 의장대도 포함된다. 함장을 비롯한 장교, 부사관, 수병까지를 승조원이라 하는데 두 척 합쳐 300여 명이다. 두 함정의 주인이 자기 집 안방을 편승 요원과 생도들을 위해 훈련하는 동안 내준 거라고 보면 된다. 전 세계 바다를 우리 집 안방으로 여길 수 있게끔 안목을 넓혀주는 훈련을 보며 가슴이 벅찼다. 생도들에게 윤동주와 이육사에 대해 시 특강을 하면서 나는 애국애족의 진정한 뜻을 이야기했다.

2025년 2월 일사일언 필자 이승하 시인·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본인 제공

2025년 2월 일사일언 필자 이승하 시인·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본인 제공


[이승하 시인·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
  2. 2신지 문원 결혼
    신지 문원 결혼
  3. 3조세호 빈자리
    조세호 빈자리
  4. 4스키즈 필릭스 순금 선물
    스키즈 필릭스 순금 선물
  5. 5허훈 더블더블
    허훈 더블더블

조선일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