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소매 니트를 입은 남성./핀터레스트 |
남자들이 여름에 맞서야 할 건 더위만이 아니다. 여름은 신사의 품위를 지키기 가장 어려운 계절이다. 더위에 항복한 옷차림에서는 언제든 기댈 수 있을 것 같은 여유를 기대하기 어렵다. 신사도가 느껴지기도 쉽지 않다. 이 싸움이 더욱 힘겨운 건 여름 복장은 아이템도 제한적인 데다 제약도 크다는 데 있다. 티셔츠는 아무리 고급 브랜드라도 격식과는 멀다. 셔츠는 고온다습한 우리네 여름철에 나폴리 멋쟁이처럼 맨몸에 그냥 걸칠 수 없으니 때때로 더 덥다. 최소한의 격식도 있고 시원하면서도 흘린 땀은 최대한 가려야 하니 진퇴양난이다.
일본에는 에어컨 의류라 불리는 소형 팬이 옷에 내장된 공조복이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사무직 종사자가 입기엔 이른 감이 있다. 대표적인 여름옷인 피케 셔츠도 대안이긴 하다. 하지만 단벌로 입기엔 역시나 땀 자국이 문제다. 게다가 피케 셔츠는 태생이 마상(馬上) 운동복이고 테니스 문화와 함께 발전했다. 그래서 스포츠웨어 특유의 사용감이랄까, 세탁을 많이 할수록 단정한 멋이 급격히 빠지는 점이 아쉽다.
이런 상황에서 2020년대에 새롭게 떠오른 남자들의 여름옷이 바로 칼라가 있는 반소매 면 니트다. 여름에 니트라니 영 어색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축축 늘어지는 습한 여름에 맞서는 니트 직조 특유의 고급스러움과 정갈함이 돋보인다. 통기성도 매력적이다. 게다가 칼라가 있어 출근은 물론, 결혼식, 소개팅, 사업 미팅 등 중요한 자리에서 부족함이 없다. 필요에 따라 재킷과 함께 활용할 수도 있다.
사실 반소매 니트는 1950년대부터 존재했다. 그런데 최근 직장에서 휴양지까지 전천후 활용 가능한 ‘스마트 캐주얼’이 각광받으며 폴로 니트, 혹은 니트 폴로 등의 이름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가성비는 패션의 시대정신이다. 울이나 리넨에 비해 관리도 편하고 가격도 합리적인 강연사로 제작했다는 점도 면 니트가 대중화된 요인이다. 강연사(High Twisted Yarn)란 일반적인 원사보다 더 강하게 연사(꼬임)해 제작한 실을 뜻한다. 강하게 꼰 만큼 얇고 촘촘하고 단단한 성질이 있다. 그래서 니트로 만들면 공기를 머금는 함기성이 낮아지고, 세탁에 강한 내구성은 높아진다. 또한 까슬까슬한 요철감은 대표적인 여름 소재인 시어서커와 비슷한 청량감을 준다. 신사라면 모두가 녹초가 되는 무더위에도 흐트러지지 않으려는 태도를 지키고 싶을 것이다. 합리적인 가격대에 편리함과 정갈함을 두루 갖춘 반소매 면 니트는 훌륭한 선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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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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