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 정상회의 의장(왼쪽부터),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16일(현지시각)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AFP 연합뉴스 |
김지은 | 국제뉴스팀장
“우리는 ○에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단언한다.”
캐나다 캐내내스키스에 모인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17일 ‘이스라엘과 이란 간 최근 사태에 대한 성명’에서 이렇게 밝혔다. “우리는 ○의 안보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다면서 “□는 지역 불안정과 테러의 주요 원인”이라고 했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최근 사태’는 지난 13일 새벽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됐다. 잠들어 있던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이란의 핵시설과 군사시설 100여곳은 순식간에 불벼락을 맞았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수개월간 치밀하게 짠 작전으로 이란군 수뇌부와 핵 과학자들이 잠결에 폭사했다. 반나절 뒤 이란의 반격이 시작됐다.
그렇다면 ○는 급습을 당한 이란이고 □는 민간인 수백명을 희생시킨 이스라엘이라고 보는 게 상식적이지 않을까? 하지만 주요 7개국 정상들은 그 반대를 가리켰다. 성명이 나온 이날 가자지구에서는 구호품을 받으려는 팔레스타인 주민 50명 이상이 이스라엘군의 총격에 숨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전날에도 50명 이상의 가자 주민이 이런 식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전해졌다.
이번 성명은 이스라엘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13일 이란 공습 직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은 “공격을 수행하지 않았다”며 “자기방어를 위해 행동”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이란이 “농축 우라늄을 무기화하기 위한 조처”를 하고 이르면 “몇달 안에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다”며 선제공격을 합리화했다. “이스라엘의 생존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유엔 헌장 제51조는 “무력 공격이 발생한 경우”에 한해 개별적,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한다. 국제관습법에 따르더라도 자위권은 실제 무력 공격이 발생하고 다른 대체 수단이 없을 때만 행사 가능하다. 국제사법재판소(ICJ)도 “예방적 자위권은 국제법상 인정되지 않는다”고 여러번 판시했다. 이번 사태에서 이스라엘이 주장하고 주요 7개국이 지지한 ‘이스라엘의 자위권’은 국제법상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털시 개버드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지난 3월25일에 18개 정보기관의 보고에 기반해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한 사실까지 고려하면 상황은 더 요상하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가 떠오른다. 미국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하고 있고 이를 곧 사용할 것이라는 ‘임박한 위협’을 주장하며 대대적 공격에 나섰다. 이듬해 이라크 무기 사찰단장이었던 데이비드 케이는 상원에 나와 “(관련 정보는) 거의 모두 틀렸다”고 증언했고, 끝내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2011년 미군 철수 때까지 이라크 전쟁에서 최소 12만여명의 민간인이 희생됐다. 이후 이라크가 분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2019년까지 10만명 가까이 더 숨졌다.
해괴한 자위권 주장은 3년 전에도 있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유엔 헌장 제51조에 따라 자위권을 행사”한다고 했다. 러시아의 ‘자위권’은 국제적 인정을 받지는 못했다.
미국 등 주요 7개국은 이번에는 다른 잣대를 들이댔다. 평화와 인권을 앞세워온 강대국들의 위선이 다시 드러난 사이에 이란과 이스라엘인들의 희생은 커지고 있다.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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