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한겨레 언론사 이미지

AI 시대, ‘지시의 기술’ 준비됐나요? [슬기로운 기자생활]

한겨레
원문보기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손지민 | 인구·복지팀 기자



‘까라면 까!’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시키는 일을 잘하는 것이 미덕이고, 곧 능력이었다. 시키는 일‘만’ 잘하면 중수, 시키는 일에 더해 독심술로 상급자의 마음을 싹 읽고 알아서 일을 더 해 오면 고수였다. 지시를 어떻게, 잘 하느냐는 관심 밖이었다. “어떻게든 해 와”라는 말도 안 되는 지시에도 어떻게든 해 가는 근성으로 이 나라는 성장해왔다.



그래서일까. 몇몇 사람들은 차라리 누구에게 지시하기보다 시키는 일을 하는 편이 익숙하고 편안하다고 한다. 여기서 ‘지시한다’, ‘시킨다’는 건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고 ‘갑질’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스스로 생각해서 맞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하급자에게 제시하고, 결과물로 받아 보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은 ‘잘 지시하는 것’에는 소질이 없고, 그 때문에 많은 하급자가 고통을 받아왔다. 그리고 그 하급자들은 보고 배운 대로, 제대로 지시하지 못하는 상사로 자란다.



주로 지시를 받으며 일해온 나도, 누군가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 솔직히 마음이 편하다. 딱 한번 여섯달 정도 후배에게 지시해본 적이 있는데, ‘이렇게 지시해도 될지’ 늘 불안했던 기억이 있다. 제대로 시키지 못하는 선배도 여럿 봤다. “저기, 그 뭐야, 그때 그거는 알아봤어?” 대명사가 많고 ‘알아보다’라는 모호한 어휘를 쓰니 하급자로선 한번, 두번, 세번 다시 생각하고 해석해야 했다. 모호하게 지시했지만, 알아듣지 못하면 고스란히 하급자의 탓이 됐다.



시키는 일을 잘해 가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기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잘 지시하는 능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인공지능에 명확하게 지시할수록, 얻은 결과물의 질이 확연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에 입력하는 지시나 질문을 ‘프롬프터’라고 하는데, 프롬프터 잘 쓰는 법을 가르치는 강의와 책까지 인기일 정도다.



2년 가까이 인공지능을 써왔지만, 제대로 지시하는 법은 여전히 어렵다. 평소에 입력하는 프롬프터의 길이가 두줄을 잘 넘지 않는다. 복잡한 일을 시키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더 이상 어떻게 자세히 지시해야 할지 몰라서다. 그러면서도 인공지능이 내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들은 결과물을 출력하면, 어느새 싫어하던 상사의 말투를 똑같이 사용하면서 인공지능을 혼내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럼 인공지능은 “앗! 죄송합니다!”라고 답하며 부랴부랴 다른 결과물을 내놓는다. 그러나 애당초 제대로 시키지 못했으니 다음 결과물도 신통할 리 없다.



이제는 ‘시키는 대로 잘하는’ 능력만큼이나 ‘잘 시키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구체적이고 정확한 지시를 내리는 법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충분히 훈련 가능한 기술이다. 그러나 지금껏 한국 사회는 지시하는 방법을 제대로 가르치지도, 배우지도 않았다.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면서 지시의 중요성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인공지능은 절대 독심술을 쓰지 못한다. ‘알아서 잘해 오라’는 식의 명령어는 인공지능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혼란을 주었던 이런 방식의 지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모호한 지시’ 대신 ‘명확한 소통’을 해야 한다. 누구나 알아듣기 쉽게 목표를 제시하고, 과정과 조건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새 시대의 역량이다.



sjm@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광양 산불 국가소방동원령
    광양 산불 국가소방동원령
  2. 2트럼프 유럽 방향
    트럼프 유럽 방향
  3. 3부산 기장 공장 화재
    부산 기장 공장 화재
  4. 4임라라 손민수 슈돌
    임라라 손민수 슈돌
  5. 5류지현호 야구 대표팀
    류지현호 야구 대표팀

한겨레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