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 전문가인 린홍원 대만 금주간 고문이 19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회관에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종오 기자 |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대만 티에스엠시(TSMC)의 성공 원인 중 하나가 ‘이사회의 독립성’에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사들이 대주주와 경영진에게 휘둘리지 않고 회사를 감독하는 등 독립적인 의사 결정 구조(지배구조)를 갖춘 게 ‘1등 기업’을 만든 비결이라는 얘기다.
대만 경제주간지 ‘금주간’의 린홍원 고문은 19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회관에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주최로 열린 ‘티에스엠시 성공의 숨은 비결’ 세미나에서 “티에스엠시 창업자인 모리스 창의 철학은 기업의 이사회가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창은 과거부터 아시아 기업의 경우 이사회의 독립성이 부족하다며 독립성을 매우 강조해왔다”는 것이다. 린 고문은 티에스엠시와 반도체 산업을 30여년간 취재한 기술 전문 언론인이자 저술가다.
현재 티에스엠시 이사회는 모두 10명으로 이뤄져 있다. 웨이저자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등 3명을 제외한 7명이 회사를 감시·감독하는 사외이사다. 국적별로 미국 5명, 영국과 대만 각 1명으로 글로벌 기업 출신 등 반도체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된 게 특징이다.
티에스엠시의 이사회 운용 방식도 눈여겨볼만 하다. 린 고문은 “티에스엠시 이사회는 세계 각지에 사외이사가 있는 까닭에 1년에 4번, 주말을 끼고 3일간 회의를 한다”고 설명했다. 일요일엔 스테이크와 와인을 먹으며 격식을 차리지 않고 의견을 교환하고, 월요일에는 감사위원회와 보수위원회를, 화요일에는 종일 자본 지출·인사 임명·경쟁 전략 등 핵심 안건을 논의해 기록을 남긴다.
현재 대만과 미국 증시에 상장된 티에스엠시의 시가총액은 약 1530조원으로, 파운드리 사업을 하는 삼성전자(350조원)의 4배가 넘는다. 과거 삼성과의 경쟁에서 완패해 메모리반도체인 디램 사업에서 철수하기도 했으나, 파운드리를 앞세워 판세를 뒤집은 셈이다.
린 고문은 “(한국의 재벌 등) 가족 기업은 이사회와 경영진이 오너(총수)로부터 독립되지 못한 경우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며 “가족이 기업의 지분을 가질 순 있지만, 전문 경영진을 도입하는 등 경영의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오랜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삼성은 대주주 가족의 교차 지분 등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않고, 너무 많은 사업을 하다 보니 고객과 시장에 집중할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하고 내부적으로 고려해야 할 게 많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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